‘40일의 밤낮, 빌리진은 나의 연인이 아냐’
‘40일의 밤낮, 빌리진은 나의 연인이 아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2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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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또래들이 모이면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출처가 불분명한 ‘4’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이야기하던 기억이 난다. 그 공포는 아버지를 생각나게도 했다. 선친은 1963년에 나이 마흔이셨다. 40살 아니면 44살에 반드시 죽는 줄로 알았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나이가 빨리 45살이 되어 죽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빌리 진(Billie Jean)’은 여성의 이름이자 마이클 잭슨이 부른 팝송의 제목이다. 가사를 찬찬히 음미해보면 열정적으로 반복되는 비트 속에서도 ‘40일의 밤낮’ 대목에서는 눈을 지그시 감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따금 즐겨듣는 팝송 중의 한 곡이다.

“내일모레가 네 나이 마흔이다. 그 나이를 먹도록 결혼은 엄두도 못 내고 어찌하려고 그러느냐…” “저도 이제 불혹의 나이입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지금까지 지켜봤는데…언제까지….”

어머니와 아들이 주고받는 대화다. 대화 가운데 나이 마흔과 불혹은 모두 숫자 ‘40’을 말한다. 40세는 많은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 시대에는 40살을 불혹(不惑)이라 하여 인생의 중심이 되는 나이로 봤다. 세상살이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40부터 어떤 일에도 미혹(迷惑)되지 않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40은 조류계에서도 의미가 있다. 야조 혹은 가금류의 포란 기간은 대부분 18∼38일 사이다. 하지만 검독수리는 45일, 독수리는 48일, 타조는 45일이다. 포유류와 조류의 포태와 포란 기간은 몸집이 클수록 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명 또한 길다.

팝송에서도 40이라는 숫자는 많거나 오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클 잭슨(1958∼2009)은 미국의 팝가수로 많은 노래를 남겼다. 그 중 1982년에 발매된 앨범 ‘스릴러(Thriller)’는 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스릴러도 그렇지만 같은 앨범에 수록된 ‘빌리 진’도 대단했다. 특히 빌리 진에서 선보인 춤동작 문 워크(moon walk)와 스핀은 마이클 잭슨을 팝 아이콘으로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문 워크 동작은 지금도 생각하면 신기하다.

“40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앞에서 두 번의 기회란 주어지지 않아, 이것이 전율의 밤임을 알잖아 그대(There ain’t no second chance against the thing with forty eyes. You know it’s thriller, thriller night)”(Michael Jackson-Thriller) “법은 40일 밤낮으로 그녀의 편이었지(for forty days and forty nights The law was on her side… .)”(Michael Jackson-Billie Jean)

스릴러 가사에는 40개의 눈을 가진 괴물을, 빌리진 가사에는 40일간의 밤과 낮을 언급했는데 공교롭게도 둘 다 인기가 치솟았다. 특히 ‘빌리 진’에서 반복되는 “빌리 진은 나의 연인이 아니다(Billie Jean is not my lover)”의 가사와 음률이 일종의 중독 현상을 일으키며 끝없이 반복해도 지겹지 않은 느낌으로 와 닿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오랜 기간, 많은 수 등 다양한 의미를 함의(含意)하고 있다. “지금부터 칠 일이면 내가 사십 주야를 땅에 비를 내려 나의 지은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버리리라.”(창세기 7:4), “사십 주야를 비가 땅에 쏟아졌더라.”(창세기 7:12) “홍수가 땅에 사십 일을 있었는지라 물이 많아져 땅에 창일하매 방주가 물 위에 떠다녔으며….”(창세기 7:17-18), “모세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서 산 위에 올랐으며 사십 일 사십 야를 산에 있으리라.”(출애굽기 24:18), “모세가 여호와와 함께 사십 일 사십 야를 거기 있으면서 떡도 먹지 아니하였고 물도 마시지 아니하였으며 여호와께서는 언약의 말씀 곧 십계(十戒)를 그 판들에 기록하셨더라.”(출애굽기 34:28), “예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또한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마가복음 1:13), “(바울은)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 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고린도후서 11:24), “해 받으신 후에 또한 저희에게 확실한 많은 증거로 친히 사심을 나타내사 사십 일 동안 저희에게 보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니라”(사도행전 1:3)

시(詩)에도 마흔은 상징적 숫자로 표현된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베르톨트 브레히트-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숫자 혹은 나이 40은 많은 숫자이면서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인생이 결코 까닭 없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아닌 이상 낙담하거나 포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보라! 대추나무, 오동나무가 비록 다른 나무보다 늦게 싹을 틔우고 잎을 틔워도 그 어떤 나무도 따라갈 수 없는 무성함을 보이지 않더냐. 개구리가 움츠리는 것은 멀리 뛰기 위한 자세이지 그대로 죽는 자세는 결코 아니지 않는가. “빌리 진은 나의 연인이 아니다”, ‘빌리 진, 난 마이 럽’.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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