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변서 또 ‘공룡 발자국’
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변서 또 ‘공룡 발자국’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8.05.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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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초식 공룡 발자국 화석 30개 백악기 퇴적암층에서 발견돼
고고학적 보존가치 점점 높아져…생태제방축조안 어려워질 수도
▲ 24일 오후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앞에서 주변 공룡발자국 화석 30점 발견과 관련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가 설명을 하고 있다. 윤일지 기자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방안으로 울산시가 밀고 있는 ‘생태제방축조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암각화 주변에서 다시 공룡발자국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됐기 때문. 비록 생태제방 축조를 검토중인 곳과는 무관하지만 암각화 일대의 고고학적 보존 가치가 점점 높아지면서 거대한 토목공사가 필요한 생태제방축조안은 점점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이하 연구소)는 지난 3월 8일부터 시작한 반구대 암각화 발굴조사 결과, 암각화 북동쪽 암반에서 약 1억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 16개와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14개를 찾아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발굴조사는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봤을 때 왼쪽 하천 지역에서 이뤄졌다.

조사 대상지는 가로 60m, 세로 20m에 이르는 1천200㎡로, 두께 3∼4m인 하상퇴적층을 제거하면서 나온 암반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확인됐다.
 

▲ 반구대암각화 주변에서 발굴된 육식공룡 발자국. 윤일지 기자

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조사된 하상 퇴적층은 2013년에 이뤄진 반구대 암각화 주변 발굴조사(1차) 결과와 같이 사연댐 축조 이전과 이후의 퇴적층으로 확연하게 구분돼 있었다.

다만, 하천의 침식과 퇴적작용이 활발해 2013년에 확인된 신석기 시대 추정층은 더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반암인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층에서는 30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확인됐다. 발자국의 형태와 크기, 보폭 등으로 미뤄 초식공룡인 조각류 발자국 14개와 육식공룡인 수각류의 발자국 16개로 구분했다.

특히 육식공룡 발자국은 두 층에서 4마리의 소형육식공룡이 남긴 보행렬의 형태로 나타났고, 발자국의 크기는 길이 9~11cm, 폭 10~12cm이다. 이들은 반구대 암각화 인근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발자국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좋으며, 보행렬이 인지되는 첫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은 두 발이나 네 발로 걷는 공룡으로 추정된다.

공달용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이번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은 반구대 암각화 인근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화석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좋고, 보행렬이 인지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고고학적 보존가치가 높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2013년에는 2개밖에 나오지 않은 육식공룡 발자국을 16개나 발견했다”며 “반구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일대에는 공룡발자국 화석 분포지가 11곳이나 있는데, 육식공룡 발자국 6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연구소는 2013년에도 암각화 앞쪽 강바닥과 구릉부를 조사해 공룡발자국 화석 81개를 발견했다. 당시 발자국 화석 중 육식공룡은 2개, 초식공룡은 79개였다.

이번에는 육식동물 발자국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되고, 보행렬까지 확인돼 2013년 발견된 화석들보다 보존가치가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2013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에서 모두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고, 고고학적 보존가치까지 점점 높아지면서 시가 보존방안으로 추진 중인 ‘생태제방축조안’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 반구대암각화 주변에서 발굴된 초식공룡 발자국. 윤일지 기자

발굴조사를 거친 두 곳 모두 생태제방 축조 예상지와는 무관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생태제방이 축조될 곳에서도 화석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태제방 축조 예상지에 대한 발굴조사는 연말께나 진행될 예정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이 건설된 뒤 50여 년간 침수와 외부 노출을 반복하고 있다. 보존 대책으로 제기된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안은 실패했고, 생태제방 축조안은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현재 사연댐 수위 조절을 통한 암각화 보존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는 하천과 구릉 지역에 걸친 토양 퇴적 양상과 암각화 관련 유적을 확인하기 위해 고고 분야, 자연 분야, 융복합 분야로 나눠 진행 중이다. 하반기에는 암각화 건너편 전망대 인근 구릉을 조사한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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