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박물관 체험기…고래야! 놀자!
고래박물관 체험기…고래야! 놀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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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1학년을 맡고 나서 울산대공원과 맑은내배꽃마을 두 곳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울산대공원은 볼 것, 놀 것이 참 많아 좋았지만 안전벨트를 채우기 무섭게 바로 내릴 만큼 가까운데도 버스대여료가 비싼 게 흠이었다. 그런 이유로 올해는 현장체험학습 장소로 장생포 고래박물관을 택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한 대로 동료선생님들과 예비답사를 나갔다. 박물관 안내데스크를 거쳐 사무실을 찾아갔다. 몹시 분주해 보이는 연구사 한 분이 예약일지를 살펴가며 리플릿부터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다. 납작한 종이를 몇 번 손으로 눌렀더니 고래가 쑥 튀어나오고 멋진 입체기둥으로 변하는 것이 참 신기했다. 3D프린터로 재현한 반구대암각화가 꾸며진 1층 특별전시실로 우리를 안내한 그는 연구사답게 박물관의 가치를 깊은 지식과 친절한 설명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답사를 마치고 나올 때에는 울산에 이렇게 좋은 박물관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고 어깨가 으쓱해졌다.

학교에서 답사보고서 작성까지 마친 우리는 전화로 연구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꿈길 사이트’에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우리 학생들이 체험할 프로그램은 ‘문화부 지원-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이었다. 드디어 현장체험학습의 날이 찾아왔다. 선생님 5명과 1학년 4학급 98명은 오전 10시쯤 장생포 고래박물관에 도착했다. 각 반을 맡은 해설사들은 학생들에게 박물관의 표본과 유물을 가리키며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 있고 실감나게 들려주었다.

1반부터 올라간 2층 체험교실에서는 답사 때 만났던 이선종 연구사와 안나연 강사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PPT로 ‘해양어로문화’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이해 못하는 표정을 짓자 연구사는 ‘새로운 친구의 이름이 낯설지?’라며 친근감 있게 고래를 소개해 주었고, 질문을 받으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즉문즉답식 답변을 해 주었다. 조금은 시끌벅적했지만 아이들의 눈은 아기고래의 그것처럼 빛났다.

곧 이어 반구대암각화 속 고래모양의 목걸이에 색칠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고래가 완성되자 ‘와! 멋진 고래다!’라며 자랑스레 목에 걸거나 서로 칭찬해주기에 바빴다.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바로 옆 매점 테이블에서 빵과 초코우유를 맛있게 먹으며 참새 떼처럼 재잘거렸다. 체험시켜 준 것도 고마운데 간식까지 챙겨주니 정말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학교에서는 1교시 수업 전에 우유를 마시지만 현장학습 날에는 우유급식이 없었고 차 안에서도 차멀미하는 친구를 배려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꿀맛이라며 참 맛있게 먹는 아이도 있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다양한 물고기와 해저터널, 해저쉼터를 맘껏 관람할 수 있었다. 야외 점심을 끝낸 아이들이 다시 찾은 곳은 3층 체험동물원이었다. 문을 여는 1시가 되기 전에 아이들은 거북이 모형에 머리와 팔을 쏙 밀어 넣고 신나게 개인사진을 찍었다. 토끼와 거북이, 앵무새를 본 후 조련사의 설명을 들으며 돌고래 가족의 모습을 보기 위해 2층 스탠드에 앉았다. 돌고래 생태 설명회가 시작될 즈음 안내원이 서서 보면 더 잘 보인다고 해서 모두 일어서서 돌고래가 움직이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며 박수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 박물관에서 종이가방에 반별로 담아 나눠준 것은 체험활동지(고래야! 놀자!)와 리플릿이었다. 주말에 활동지 내용을 보고 가족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오면 칭찬해주겠다고 하자 다음 월요일에는 24명 중 17명이 고래에 대해 열심히 학습한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수염고래의 별명을 ‘막 먹어’라고 지은 아이도 있었고, 고래에게 ‘사랑해! 고래야!’라고 편지를 쓴 아이도 있었고, 고래의 모습을 멋지게 그린 아이도 있었다. 얼마나 체험이 즐거웠는지 일요일에 가족의 손을 잡고 고래박물관을 다시 찾아간 학생도 있었다.

예전에도 이곳을 찾았지만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체험도 알차기만 했다. 이선종 연구사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어느새 해양어로문화의 중심지 울산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해양생태를 보존하려는 마음이 싹트는 것 같았다. 울산의 많은 박물관들이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맞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고래야! 다음에 또 놀자!

곽영숙 굴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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