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가정폭력피해자
딜레마에 빠진 가정폭력피해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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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어린이날, 부부의 날, 어버이날이 한꺼번에 들어있는 ‘가정의 달’이다. 그러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화목해야 할 가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때가 많다. 가족구성원들의 자존심 싸움에서 비롯된 가정폭력이 때로는 사회문제로 커지기도 한다.

가정폭력이란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가져오는 가정 내 폭력행위를 말한다. 과거 유교사회인 조선에서는 ‘남존여비(男尊女卑=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 사상이 깊었다. 이 단어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남성들은 여전히 그런 사상에 젖어 가정폭력의 유혹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가정폭력은 대부분 남편이 아내에게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매 맞는 남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지만 ‘대세’로 치부할 정도는 못 된다.

과거에는 가정폭력을 ‘가정불화’쯤으로 여겨 가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외부의 개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가정폭력사건이 해마다 늘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만1천908건이던 가정폭력 건수는 2016년 1만3천995건, 2017년 1만4천707건 등 점증 추세를 보인다. 그 정도도 심해져 국가적, 사회적 차원의 개입이 불가피해졌다. 그래서 경찰은 가정폭력·학대 전담경찰관(APO) 제도까지 마련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가정폭력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하는 일이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역시 단순한 가정불화로 생각해 바깥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고를 안 하다 보면 피해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남부끄럽다’는 생각이나 내 남편, 아이들 아빠를 범죄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이를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가정폭력이 알려지는 경우 피해자가 도움을 거부하는 일이다. 하지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 가정폭력사범을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 피의자로 분류해서 송치할 수 있다.

가정보호사건으로 다루면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 접근 금지, 친권행사의 제한 등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범죄기록이 남지 않는 선에서 처리할 수가 있다. 또 피해자는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가해자로부터의 보호 명령을 법원에 청구하는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관할법원에 신청만 하면 된다. 이 때 법원은 접근 금지, 친권행사 제한 등의 보호조치 명령을 내리게 된다.

경찰청은 모니터링을 통해 전문상담기관을 연결시켜 주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재발 위험성이 높으면 담당경찰관을 직접 방문케 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나 가정폭력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이 같은 내용을 반드시 숙지했으면 한다.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대물림되는 일도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동우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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