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이 필요한 청와대 ‘국민청원’
개선이 필요한 청와대 ‘국민청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2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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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천하의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한 태영호 전 주(駐) 영국 북한 공사의 신변을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태 전 공사의 발언을 문제 삼자 일부 네티즌들이 태 전 공사를 해외로 추방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맞불 청원’으로 풀이된다.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실명제’, ‘나이제한’, ‘생년월일 공개’ 등 청와대 청원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는 ‘국민 소통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누리집을 새로 개편했다. 그 중 가장 큰 개편은 큰 반향(反響)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청원’일 것이다. 국민과 청와대 간의 징검다리이자 대국민 소통 창구인 국민청원은 시행 이후 많은 지지를 받으며 현재까지도 여러 청원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중간 심의 없는 청원은 양면성(兩面性)을 가진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 철학을 반영하고자 도입한 청와대가 활용하는 직접소통 수단 중 하나이다. 이 시스템은 청원을 받기만 하는 것만 아니라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모일 경우,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30일 이내에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이 점차 변질되고 있다. 아이돌 스타를 지지하는 팬클럽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탓에 그들 간의 격전장이 되기도 하며, 데이트 비용을 지원해 달라거나 군내 위안부를 창설해 달라는 등 청원이라 보기에 어려운 과도한 의견 표출 및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청원도 종종 눈에 띈다.

이러한 현재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청원이라 보기 어려운 개인적이고 편협한 요구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 동의와 반대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중복청원에 대한 우려이다. 원칙은 1인 1투표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은 페이스북, 트위터 둥 4가지 방식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한 사람이 최대 4번까지 청원에 대한 동의를 할 수 있다. 같은 목적을 가진 백악관 시스템의 경우 홈페이지에 가입한 후에 청원과 동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은 선제(先制) 해결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특정 개인에 대한 지나친 공격성이다. 최근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여자 경기에서 문제가 생기자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김보름, 박지우 선수를 국가대표에서 박탈하라는 청원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이는 곧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을 넘어 마녀 사냥이 되었고 어느새 논점은 흐려졌다.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청원을 ‘실명제’로 전환함이 우선이란 생각이다. 실명제로 전환하면 중복청원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 것이며 무엇보다 말도 안 되는, 장난 식의 청원 또한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에 가입을 해야만 청원이나 동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운영한다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민청원 게시판이 될 것이다. 모두(冒頭)에서 제시한 청와대 국민청원 사례처럼 특정 개인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는 청원은 지양(止揚)되어야만 한다.

세론, 국론이라고도 불리는 여론(輿論)은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의견 중에서 여러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되는 공통된 의견이어야 한다. 이리저리 급격하게 쏠리는 광장민주주의의 폐해(弊害)를 재생산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개선이 필요하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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