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제철기술 재현’ 뜻 이룬 북구의 집념
‘전통제철기술 재현’ 뜻 이룬 북구의 집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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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쇠부리축제를 열어온 울산 북구가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다고 쇠부리축제 추진위원회의 입을 빌어 전했다. 축제 추진위는 15일, 최근에 진행한 쇠부리 복원 실험에서 획기적 성과를 거두었고, 이로써 맥이 끊겼던 조선시대의 제철기술을 본격적으로 복원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대단한 진전이다. 복원사업을 떠맡은 쇠부리 복원사업단은 그동안 축제 때마다 공개 시연까지 해가며 쇠부리 복원 실험을 거듭했지만 번번이 미완의 아쉬움만 남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쇠부리 복원사업단이 전통적 제철기술 재현에 성공한 것은 제14회 울산쇠부리축제 기간인 지난 12일, 북구청 광장에서였다.

복원사업단 이남규 공동단장(한신대 고고학과 교수)의 말은 시민들에게 뿌듯한 자부심을 안겨준다. 그는 이번 실험이 국내 처음 시도된 것이며, 이 실험으로 전통적 제철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 적용한 실험 방식은 17세기 중엽 구충당 이의립 선생 당시에 유행하던 석축형 제련로와 닮은꼴인 네모반듯한 방형(方形) 제련로를 만들어 선철(=철광석에서 직접 제조되는 철의 일종)을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높이 220cm, 아래너비 80cm 크기의 제련로에서 11시간 동안 1천300kg의 숯과 300kg의 철광석을 차례로 넣고 전통적 발풀무로 송풍(送風)작업을 벌인 것이다. 그 결과 얻어낸 것은 쇳물 40kg이었다.

‘쇳물 40kg’이라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여하간 새로운 시도 끝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는 것은 특기할 일이다. 뜨거운 열기를 무릅쓰고 극한실험에 매달린 인부와 관계자들의 열정, 그리고 노고에 새삼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다음 과제는 전통적 제철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에 있을 것이다. 이남규 단장은 이번 실험 결과를 각종 역사문화콘텐츠로 활용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시민들에게 선보일 역사문화콘텐츠는 울산 북구 특유의 색깔을 지니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른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울산 북구 특유의 색깔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더 풀어야 할 과제는 그러한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질적으로 돋보이게 다듬을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제철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열정과 끈기가 식지 않는다면 그러한 과제 또한 능히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구와 축제추진위, 복원사업단 관계자와 장인 여러분의 노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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