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다기(多樣多岐)한 ‘압력단체’
다양다기(多樣多岐)한 ‘압력단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1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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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4월 7일 중국 내 북한 해외식당인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지배인 허강일씨와 여종업원 12명은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압력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등 박근혜 정부의 기획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관계자를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법정을 통한 고소·고발도 압력단체가 정치 과정에 영향을 행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민변이 고발 근거로 내세운 것은 방송 보도였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지난 10일 지배인 허씨 인터뷰를 통해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과 한국행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부 탈북 종업원은 방송 내용이 자신들의 발언 취지와는 다르게 편집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조차 민변이 일부 의혹만 일방적으로 부풀린다는 지적이 있다.

압력단체란 서로 같은 이해(利害)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거나 지키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거나 보호하기 위해 정치 과정, 특히 정부의 의사 결정과 정책 집행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다.

최근에는 압력단체라는 용어의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익단체 또는 이익집단, 또는 로비 등의 중립적 어감을 가지는 용어를 쓰는 일이 많다.

이익단체는 다시 공공 이익단체와 특수 이익단체로 나눌 수 있다. 공공 이익단체는 공공(公共)의 이익을 위한 단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비자단체·자연환경보호단체 등이 해당한다. 특수 이익단체는 말 그대로 특수한 이익, 즉 사회 구성원 일부의 이익을 위한 단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압력단체들은 특수 이익단체다. 노동조합, 경제인연합, 농민단체, 변호사단체, 종교인단체, 학생단체 등 무수히 많은 단체와 조직 대부분이 이 범주에 속하며, 그중 일부는 시민단체를 표방한다. 압력단체 중 한국노총, 민주노총, 전경련처럼 산하에 많은 소속단체를 거느린 압력단체를 상부단체라 부른다.

하지만 압력단체는 기본적으로 정당과 달리 직접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하거나, 국정운영에 참여할 의도로 조직된 단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선출직 공직에 출마할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 압력단체는 정치 과정에 압력을 가한다는 점에서 친목단체와도 다르다. 압력단체는 조직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조직하는 시민대회와도 상이하다. 현대 대중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압력단체는 다양다기(多樣多岐)할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수도 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압력단체가 발생하는 요인으로 첫째, 직능의 분화에 따른 이익의 다원화, 둘째, 의회 기능의 결함, 셋째, 정당의 능력 부족, 넷째, 정부의 규제 강화다.

현대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 압력단체가 수행하는 기능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순기능과 역기능이 병존한다. 사회 구성원과 정부의 의사소통 또는 연결, 정치사회화, 사회 구성원의 정치 참여 촉진은 압력단체가 수행하는 대표적 순기능이다. 반면, 압력단체의 발생이 오히려 정당과 정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압력단체들이 사적 특수 이익을 공공의 이익에 우선해 강조하거나, 공공의 이익과 혼동할 우려가 있다.

이런 사안을 수사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들의 ‘기획 탈북’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아무리 비공개로 수사한다고 해도 그중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은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 봄바람이 분다고 이렇게 대놓고 수사하면 다른 탈북자들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조심스러운 대응이 ‘필수’란 생각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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