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영구적이고 정직한 비핵화를 원한다
北의 영구적이고 정직한 비핵화를 원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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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Michael Richard Mike Pompeo)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 2일 취임사에서 ‘PVID’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PVID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해체(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를 의미한다. 물론,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겨냥해서 한 발언이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이루어졌던 남북정상회담, 그 합의문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제3항에 보면,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번 합의에서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첫 발을 내딛은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합의에 조금 아쉬운 점이 남는다.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을 언급한 비핵화 선언이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랬더라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에 보다 큰 신뢰와 지지의 기류를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8년 6월 27일, 북한은 6자 회담 참가국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비핵화가 아닌 단순한 쇼(show)에 불과했음이 머지않아 증명되었다. 당시,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 일지를 제출하는 등 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자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절차에 착수했고, 이에 북한이 불능화 대상이던 영변 5㎿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한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향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는 북한도 약속을 정확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가 북한에게 속임을 당했지만, 이제는 북한의 불신을 더 이상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최소한 그 국민들에게만큼은 떳떳해야 할 것이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참모는 모두 매파, 즉 강경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취임한 폼페이오 국무장관부터, 방송에서 종종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언급했던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부장관을 보아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경우 현역 시절 다양한 일화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2003년 해병대 제1사단장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을 때의 일로, 그는 수도 바그다드를 공격할 당시 진격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로 연대장을 현장에서 전격 해임한 바 있다.

이제 북한에게 남겨진 선택은 많지 않다. 현 상황을 직시하고 냉철하게 판단한 가운데, 자신이 선언한 비핵화 내용들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조시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사용하던 비핵화 원칙인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해체)를 ‘PVID’로 바꾼 취지를 이해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분위기와 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다른 이기적인 계산이 없는 상태에서,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핵무기를 뿌리째 뽑는다는 심정으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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