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 칼럼] 4차 산업혁명과 정(情)
[박정학 칼럼] 4차 산업혁명과 정(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03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세계는 알파고, 자동차를 스스로 운전하게 하는 인공지능, 드론과 같은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한창 화제가 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기계혁명이었고,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전기혁명까지는 오프라인의 물질혁명이었다. 그리고 3차 산업혁명은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정보혁명으로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은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의 세계를 ‘인간을 중심으로’ 융합하여 현실에 구현시키는 혁명이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4차 산업혁명’ 선언이 있었고,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는 미래의 인류사회가 나아갈 변화의 방향으로서 우리의 경제정책과 긴밀히 연결되므로, 나도 ‘4차 산업혁명 지도자 과정’이라는 교육에 참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중심으로 기술과 경제와 인문이 융합하는 혁명’이므로, 사람과 융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융합(融合)이라는 말은 쉽게 말해 ‘너’와 ‘나’가 어우러져 한 덩어리인 ‘우리’가 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인데, 그 ‘우리’로 묶어주는 에너지를 우리 겨레는 ‘풀’이라고 했고, ‘정(情)’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런데, 주한미상공회의소장을 오래 역임한 제프리 존스 같은 이는 ‘우리’나 ‘풀’ ‘정’과 같은 우리말과 ‘정확히 일치되는 영어 단어가 없다’고 했듯이 서양에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융합 혁명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기계와 사람을 한 묶음으로 만들 수 있는 융합에너지인 ‘풀’ 즉 ‘정(情)’을 생활 속에 실천해온 우리가 그것을 깨닫기만 하면, 4차 산업에서 가장 앞서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4차 산업에 대해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소 전문적이긴 하지만, 현재 지도자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KAIST 이민화 교수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단계’에 대해 소개한다.

1단계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 단계로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생산과 소비가 융합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술이 융합하는 혁명이다. 2단계는 소유를 중시하는 현실 경제세계와 공유를 원칙으로 한 가상사회가 융합하면서 5%에 불과한 공유경제가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삶의 절반 이상으로 확대되는, 경제와 사회가 융합하는 혁명이다. 이 혁명은 개별적 자료들을 연결시키는 블록체인이 주도하게 되는데,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분배혁명을 이룩하게 될 것이다.

3단계는 초인류의 인문혁명이다. 국가의 성장과 분배, 기업의 이익과 고객의 만족, 직원의 노동과 급여의 문제 등을 대립적 관점이 아니라 순환적 관점에서 풀어나가 국민적 협의를 이끌어내는 선순환의 철학적 혁명이다. 이렇게 되면 서로 돕는 경제가치와 사회가치의 교환으로 사회 전체의 행복이 극대화될 것이다.

이렇듯 미래의 대세인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너와 내가 경쟁과 투쟁을 하는 관계가 아니라 어우러져 ‘우리’로 하나 되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하나로 묶어 융합시키는 역할을 하는 에너지를 찾아서 확충시켜야 한다. 그런데, 서구에는 이런 개념 자체가 없으므로 기술을 넘어 사회통합과 인문혁명을 리드하기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우리에게는 그런 융합 에너지를 뜻하는 ‘풀’ ‘정’ ‘우리’라는 말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홍익인간’ 이념이라는 민족정신이 있으므로, 이를 더욱 북돋우고 기술과 연결시키는 정책적 지원을 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선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경제·정치인들에게 그런 깨침이 빨리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