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한국경제
역주행하는 한국경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5.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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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청년실업률이 매년 떨어지는 것과 달리, 한국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니 걱정스럽다. 대다수 국가는 실업률이 급속도로 개선되는 추세인데, 한국은 오히려 2014년 10.0%에서 2017년 10.3%로 나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업은 개인에게 피부에 와 닿는 큰 경제적 고통을 주며 국가경제의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 최근 ‘헬조선’, ‘N포세대’와 같은 극단적인 자조(自嘲)가 전세대적인 공감을 얻는 이면에는 극심한 실업이 있다. OECD 회원국 35개국 중 한국처럼 청년실업률이 늘어난 곳은 터키, 노르웨이, 칠레 등 4개국뿐이다.

신규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 가동률 역시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위주의 성장세 속에서 다른 대부분의 제조업 업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업체들이 정부 기대만큼 신규 고용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의 각종 정책도 고용 확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음식·숙박업 등 최저임금 영향을 직접 받는 업종의 취업자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이다.

흔들리는 한국경제의 자영업 분야는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사상 초유의 가계부채로 인한 고통이 상당하며, 고용 없는 성장으로 청년일자리 문제도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수출의 정체 내지 감소 문제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 정치권과 관련 부처의 안이한 대응은 극에 달한 느낌이다. 국회에서는 법 하나 통과시키는 것도 너무 어렵게 되어버렸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경제 위기의 해결책으로 일자리 창출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생산구조의 자동화와 무인산업 중심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따라서 기존의 일자리를 나눠서라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잡셰어링’, ‘워크셰어링’ 및 ‘임금피크제’ 도입 및 정착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먼저, ‘잡셰어링(job sharing)’은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낮추고 그 남는 임금과 시간으로 노동자를 더 고용하는 정책 또는 회사의 경영방침을 이르는 말이다. 경기후퇴가 일어나면, 기업은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직원을 줄이거나 고용을 축소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경기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잡셰어링은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고용도 유지하는 대신 작업을 전체 직원이 나눠 처리함으로써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고용을 유지하거나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워크셰어링(wo rk sharing)’과 비슷한 개념이다. 경기침체로 대량실업이 우려되면서, 이러한 두 노동형태가 최근 우리나라 노동계에서 정리해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정년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하는 제도로, 기본적으로는 정년보장 또는 정년연장과 임금삭감을 맞교환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라는 용어는 한국에서만 사용되지만 제도의 기본 틀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대안(代案) 없는 한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다양한 ‘일자리 나누기’로 삶의 질이 높아지고 국가경제도 성장하는 선순환을 유발한다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나눈다면 대한민국이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것도 순식간일 것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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