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리 앞에 차려지는 행복의 밥상’
매일 우리 앞에 차려지는 행복의 밥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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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울총 12년차다. 울총은 한시적 울산총각을 뜻한다. 지인들은 “오륙십대 주말부부는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며 부추긴다. 정말 부러워하는 건지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다. 요즘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먼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많은 게 바뀌고 있다. 울총도 1인 가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중은 27.8%로 그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1인 가구 증가 원인으로는 고령화, 개인주의 확산,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초혼 연령 상승, 취업난, 이혼 증가 등 다양한 배경이 있다. 그로 인해 혼밥, 혼술, 혼족, 포미족, 싱글슈머와 같은 신조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1인 가구가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 편의점 커피와 같은 먹을거리에서 변화가 가장 빠르게 나타난다. 덩달아 편의점 시장규모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편의점 전성시대다. 편의점에 가면 단지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세탁과 택배 등 다양한 서비스도 만날 수 있다.

1인 가구의 주축인 젊은이들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봐야 한다. 젊은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최고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욜로’(YOLO)와 ‘워라밸’이다. 단 한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You Only Live Once’의 욜로족은 저축이나 노후 준비보다는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은 특히 알바생과 젊은 직장인들의 로망이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에, 부모 자식 간에도 눈높이를 서로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가정의 달이며 장미의 달인 5월이 시작된다. 5월엔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즐비하다.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연이어 있다. 모임이 많다보니 항상 가족이 함께할 외식 종류를 걱정하게 된다. 게다가 주부들은 각종 기념일에 지출될 비용으로 이만저만 고민이 많은 게 아니다. 어린이날이야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니까 그나마 좀 낫다. 어버이날에는 음식점 선택도 힘들지만 예약하기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아예 그날은 예약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어차피 다 고민이다 싶으면 대개 뷔페식당으로 정해 버린다. 하지만 스승의 날에는 부정청탁방지법으로 식당이 오히려 한산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어쩌다 뷔페식당에서 모임을 갖게 되어도 늘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딱히 먹을 만한 음식도 없는데 비싼 값에 괜스레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사실 뷔페식당만큼 먹거리가 많은 장소는 드물다. 음식이 차고 넘친다. 육해공 재료로 만든 세계 음식이 다 모여 있다. 그런데도 “먹을 게 없다”고 하니 참 신기하다. 신기한 일은 또 있다. 막상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갈 때 보면 다양하게 음식을 즐긴 사람보다 투덜거렸던 사람의 배가 더 볼록하다는 사실이다.

먹을 것이 없다는 사람은 과식할 이유가 없으므로 배가 홀쭉해야 하는데 어째서 “오늘 저녁도 또 과식했네”라고 투덜댈까. 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몇 가지 음식만으로 배를 채우려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여러 음식을 조금씩 먹는 것이 오히려 과식을 피하는 좋은 방법인 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오래된 자기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기야 가리는 음식이 많고 입이 짧은 사람은 세상 살아가는 즐거움의 반은 모르고 사는 셈이다.

인생은 마치 거대한 뷔페식당과 같다. 온갖 다양한 종류의 맛을 내는 일들이 매일 우리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오직 내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취하려 한다면 결국 편견과 아집의 과식만을 초래할 뿐이다. 좋아하는 것만 가려서 한다고 결코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환희, 희망과 절망, 칭찬과 질타를 골고루 받아들이는 사람을 향해 오늘도 공평하게 행복의 식탁이 우리 앞에 차려져 있다. 건강지킴과 행복나눔은 이래저래 자기 하기 나름이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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