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와 남북경협
어벤져스와 남북경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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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개봉 6일째를 맞은 30일 500만을 넘어서고 말았다. 하루 평균 80만 정도가 봤다는 이야기인데 이 정도면 우리 영화 <명량>의 1천761만 명도 갈아치울 태세다.

이번이 벌써 3편째인 <어벤져스> 시리즈의 인기는 충분히 예견됐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동서를 불문하고 대중의 사랑을 오래 동안 받아 온 슈퍼히어로들이 떼로 등장한다는데 그 유혹에서 누가 감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개별 슈퍼히어로들의 단독 출연만으로도 흥행에 성공한 예가 허다한데 그들이 몽땅 출연해 힘을 합쳐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운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일이다. 어릴 적 즐겨 봤던 TV만화 영화 가운데 <마징가 Z>라는 일본작품이 있었는데, 마지막회에서 적과 싸우다 지친 ‘마징가Z’를 돕기 위해 난데없이 ‘그레이트 마징가’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각자 다른 만화여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벽이 무너져 버린 것. 어린 마음이었지만 당시 받은 감동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하다. 원래 협력이란 게 그렇다. 그냥 감동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불과 이틀 뒤 대한민국에서는 실제로 협력을 통한 감동의 물결이 한반도 전역에 몰아쳤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간 대립이라는 벽을 허물고 ‘협력’이라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향후 남과 북 사이에는 ‘남북경제협력’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감동이 불어 닥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조금 계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북한은 우리에게 ‘중국’ 같은 존재일 수 있다. 남한에 비해 자원이 풍부하고, 개발되지 않은 곳도 많아 투자처로서 여러모로 매력적인 셈. 그래서 3%대의 경제성장률에 머문 이 나라에 고성장 시대가 다시 도래 한다면 아마도 남북경제협력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남과 북이 함께 말이다.

그건 산업수도인 울산으로서도 큰 기회가 될 것임은 아무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져 오면서 활성화됐던 지난 남북경협 과정에서 울산은 전국 최고의 남북교역량을 보였다. 1999년 당시 울산항을 통한 교역량은 연간 36만3천톤으로 전체 69만7천톤의 52%를 차지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 산업은행이 예상하는 남북교역협력금액은 약 3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한 해 살림과 맞먹는 수준인 셈이다. 그 때문에 김기현 울산시장도 30일 열린 월간업무계획보고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경협을 직접 언급하며 TF팀 구성을 지시했다.

김 시장은 이날 “울산시도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북극 항로 개설이나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사업발굴 등을 위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과제발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상공회의소 역시 향후 남북경협관련 추진 및 지원 전담기구를 마련하고, 대북교역 물량 급증에 대비해 울산항의 수송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벤져스>에서 슈퍼히어로들 간의 협력을 통한 감동은 이제 곧 엄청난 흥행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울산도 지금의 이 감동을 수익으로 이어가보자. 우리도 흥행 한 번 해 보즈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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