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과 수업방식의 변화
미세먼지 대책과 수업방식의 변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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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후 4월이 되면서 예전 같으면 학교 현장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안내 방송이 연일 학교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학생들에게 알립니다, 미세먼지 나쁨으로 인하여 오늘 운동장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체육수업이나 각종 야외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 방송은 이제 우리 학교 현장에서 익숙한 모습 중의 하나가 되었다. 교실에 들어서면 검은색, 흰색 마스크를 끼고 있거나 기침을 하는 학생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봄마다 찾아오는 중국발 황사에다 온갖 꽃가루가 사방을 뒤덮는 시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수학여행, 체육대회와 같은 봄철 야외활동이 부쩍 많아진 요즘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울산시내 일선학교에서도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느라 몹시 분주한 것 같다.

미세먼지로 인해 뚜렷이 나타나는 변화는 수업 방식의 변화이다. 야외 체육활동이 실내 체육활동으로 바뀌고, 체육수업을 비롯한 실외 실습 위주의 수업들이 실내 이론 수업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예삿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쉬는 틈을 이용해서 잠깐이라도 마음껏 뛰어놀고 싶어 한다. 하만 반갑지 않은 불청객 미세먼지의 등장은 야외활동의 통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창 왕성하게 뛰어놀고 싶은 학생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야외활동을 무작정 허용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체육수업을 비롯한 갖가지 수업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학교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까지 어느 정도 날아다닐 것인지 아침마다 일기예보에 귀 기울이는 일이 일상처럼 되어 간다. 학생들에게 미세먼지 예방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타이르고, 학부모들에게는 가정통신문을 보내 자녀들이 미세먼지 예방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주의보에 대한 학교 현장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미세먼지가 예견되면 그 전날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아이들이 마스크를 끼고 등교하도록 부탁을 한다.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갖고 오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학교 안에 충분한 양의 마스크를 비치해 두었다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교도 있다고 들린다. 어느 지역교육청에서는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틈새 마감작업, 정기적 환기를 일제히 실시하기도 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학교 현장의 변화는 지금 아는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모 사설 교육기관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학부모의 81%가 미세먼지로 인해 자녀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뉴스를 접한 일이 있다. 이제는 미세먼지 대책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걱정과 우려가 나에게만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청소년의 달, 가정의 달 5월이다. 학교 현장의 5월에는 PAPS, 체육대회 등 숱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는데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사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봄 햇살에 벚꽃이 만개한 그 어느 날, 미세먼지 주의보로 야외활동을 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대책을 당장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성장기의 학생들이 실내에 갇혀서 활동해야만 하는 이 답답한 현실…. 미세먼지를 줄여 나가겠다는 정부의 합리적인 대책이 어서 빛을 보고, 학생들의 수업방식도 만족할 만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민선 대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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