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행복한 사회공동체가 되려면
진정 행복한 사회공동체가 되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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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드디어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고 널리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늘어나는 소득에 비례하여 국민들이 더욱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조용하다 싶으면 들려오는 살인, 부정부패, 중고생들에 의한 폭력, 왕따 사건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인간미를 잃어가고 있는지 가슴 한편이 답답할 따름이다. 여전히 전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 자살률 및 최저 출산율 등의 수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 재건을 위해 1970년대부터 경제개발5개년 수립 등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부흥 정책에 힘입어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정작 공동체의 중요한 가치인 배려와 상생의 정신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이기심과 경쟁의식이 가득한 약육강식의 정글사회가 되어 버렸다. 힘없고 뒤처진 사람을 배려하고 보살피기보다는, 힘있고 경쟁우위를 갖춘 자에게만 박수갈채를 보내게 되었다. 또한 그런 자에게만 사회적인 권위와 가치를 부여하는 승자 독식 문화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당연한 질서로 자리잡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힘없는 사람들은 더욱 소외되고, 힘있고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높은 벽을 쌓은 결과가 최근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한 것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가 공동저술한 ‘행복은 전염된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인한 행복의 생성과 확산에 대해서 통계적인 조사를 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에서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총 1만 2천여 명을 연구 추적한 결과 △1단계, 친구가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15% 상승했으며, △2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10%, 그리고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6%였다. 즉, 행복한 사람들과 교류가 많거나 그런 친구가 많으면 자신도 행복한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결국 행복은 행복을 부르게 되며, 행복은 행동이나 감정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행복과 마찬가지로 불행과 부정적인 감정이나 의식도 확산 및 전파되며, 각종 질병뿐만 아니라 심지어 비만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우리나라 국민들은 서로에게 행복과 사랑의 에너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본인의 이기심을 앞세우고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만을 추구하다 보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좌절과 소외의 에너지를 확산, 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결과 우리 이웃들은 지치고 힘들 때 위로받기는커녕 소외감을 느끼며 불행감과 좌절감에 휩싸여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각 개인이 저지르는 범죄 역시 넓게 보면 사회적인 문제의 결과물이며, 그러한 사회적 질병 현상을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게 되면 사회적 질병이 고착 및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남을 배려하고 상생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 나가는 사회적 치료제인 동시에 예방백신이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상대방을 서로 배려하고 상생하는 마음을 통해 사회적으로 더 많은 가치와 행복이 창출되고 선순환 된다는 믿음을 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물질주의의 병폐로부터 벗어나 서로가 행복한 사회공동체를 일구어 나갈 수 있다.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결코 진부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물질 풍요의 시대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소중한 인생의 지혜임을 깨달아야 한다.

서영호 ATMAN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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