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리] 적지적수(適地適樹)가 필요한 이유
[생명의 소리] 적지적수(適地適樹)가 필요한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2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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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이 정명 천년 기념식을 개최하면서 청사 안에 ‘주목’을 심었다. 지난해에는 새 청사를 건립하면서 청내 곳곳에 70여 그루의 주목을 심었다. 또 최근 군수는 모 신문사에 100년 뒤 미래 주민들에게 정명 천년을 기념해서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가는 ‘주목’을 심게 되었다고도 했다. 100년 후에 그 나무가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뜻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울주군을 비롯한 울산광역시의 기온이 100년 후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도 청사 내에 심어진 주목들은 늘푸른잎을 달고 있어야 하는데도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물을 안 줘서 그렇다지만 다른 나무들은 건강한 편인데도 주목은 느낌이 따르다. 유독 주목만 군데군데 잎이 마른 것일까? 추운 고산지대에서 살아가야 할 주목인데 따뜻한 도심에 있다 보니 병해충의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 도심에서 주목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도 살폈으면 한다.

한편, 제주도 해안과 전라도에만 자라던 무화과가 울산에서도 많이 눈에 띈다. 무화과는 겨울철에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2∼3일 이상 떨어지면 동해를 입어 성장이 안 되지만 울산에서 월동이 된다는 이야기다. 사과와 배의 재배를 충청도와 강원도에서 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고랭지채소가 자라는 높은 곳에서만 잘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탓으로 과수를 비롯한 수목 재배지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1930년대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목도상록수림’도 당시에는 동해안에서 난대성 활엽수인 후박나무와 동백이 자생하는 곳으로는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어 지형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동백은 수도권에서도 자라고 있을 정도다. 달라진 기온으로 인해 식목일을 3월 20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사성을 감안했을 때 식목일은 그대로 두고 식목주간을 지역에 따라 달리 결정해서 나무를 심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나무를 심는 일은 10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한다고 했다. 그런 만큼 수종 선정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인사 문제도 저마다의 소질이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곳에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심어 맡은 임무를 다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 또한 적절한 땅에 적절한 수종을 골라 심어야 한다. 그래야 나무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된다.

최근 건강과 치유에 좋다는 이유로 유행 바람을 타고 앞 다퉈 심고 있는 편백나무도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지는 않는다. 토양과 햇볕, 수분 등을 고려해서 수종이 선택되어야 한다. 아울러 경제적 가치는 떨어지더라도 생태적으로 필요한 수종이라면 나라에서 산주나 시민들을 설득해서 심어야 한다.

‘정명 천년 울주’를 기념하고 앞으로 100년 후, 미래 세대에게 나무와 숲을 전하고 싶었다면, 목도상록수림도 있고 하니, 동백이나 후박나무와 같은 난대성 활엽수를 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기후가 변하면 아열대기후로 바뀔 수도 있는 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수종 선택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목도상록수림이 그때까지도 난대성 활엽수림으로 남아서 지형학적 역사성을 배울 수 있는 교재로 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상록수림 관리가 잘 되었으면 한다.

울주군청 안에 심어진 주목들이 심어진 만큼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관리 또한 잘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추운 겨울 날씨를 좋아하는 주목이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기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100년 후에 울산광역시 기후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금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지는 않고. 지금보다 더 따뜻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나무를 심을 때 미래를 내다보는 수종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점차 숲은 천이 과정을 거치면서 소나무들은 물러나고 참나무류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발맞추어 상록참나무류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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