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타작에 그친 ‘쌀 생산조정제’
반타작에 그친 ‘쌀 생산조정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8.04.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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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표의 45% 수준… 쌀값 상승 기대감에 농민들 외면
벼를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인 쌀 생산조정제 신청률이 반타작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쌀 공급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쌀 생산조정제가 농업인들의 외면을 받으며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23일 울산농협,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쌀 생산조정제를 마감한 결과 울산지역 신청 실적은 123.79ha로, 시가 올해 목표로 한 272ha의 45.51% 수준이다. 이는 전국 평균에 비해 20.3%p 낮은 수치다.

울산시와 농협이 직접 나서 두 달 넘게 농업인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관계유관기관 추진협의회 등을 열어 신청을 독려한 결과 한 달 전 14.3%보다 3배 가량 늘었지만 목표량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같은 기간 전국 신청 실적 역시 3만2천905ha로 목표 5만ha의 65.81%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해마다 쌀 소비가 감소하는 반면 과잉 생산이 지속하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현상이 되풀이되자 벼 재배 면적을 적정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올해부터 쌀 생산조정제를 추진했다.

쌀 생산조정제는 정부가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려고 논을 밭으로 바꾸는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당초 정부는 쌀 생산조정제를 통해 5만ha 정도의 벼 재배 면적이 줄면 올해 쌀 수급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올해 2월 초부터 농민들에게 혜택 신청을 받았지만 농업인들의 신청률이 부진하자 지난달 말이었던 신청 기한을 이달 20일까지로 늘려 잡았다. 하지만 농가들이 외면하면서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은 시작부터 동력을 잃게 됐다.

농가참여가 저조한 원인으로는 벼 대신 콩이나 조사료 등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것이 벼 수확만큼의 소득 보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지난해 수확기 기준 사상 최대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산지 쌀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것이 농업인들에게는 쌀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됐다.

울산농협 관계자는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생산조정제를 추진했으나 농가들은 정작 쌀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해버린 상황”이라며 “또 평생 지은 벼농사 대신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결정이 쉽지 않은 데다 인력 보충의 문제, 소득에 대한 불안감 등이 농가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생산조정제 참여율이 목표 5만ha 의 50% 수준인 2만5천㏊에 그칠 경우 15만t의 초과 공급 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정부가 올해 이미 사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쌀 생산조정제 사업을 진행한 상황이어서 수확기 햅쌀을 지난해처럼 대량 매입하는 데 예산을 추가로 쏟기도 쉽지 않다. 농식품부는 쌀 생산조정제 참여농가에게 공공비축 물량 우선 배정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추후 상황을 보고 대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울산농협 관계자는 “쌀 생산조정제의 공식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초과 공급 물량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올해는 시장격리 조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쌀값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내년에도 쌀 생산조정제가 시행되는데, 올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생한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보완해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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