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은 기업의 ‘생명줄’
경쟁력은 기업의 ‘생명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2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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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요 제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이미 추월당하는 등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주력 산업의 위기와 활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국가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 비교에서 중국보다도 순위가 두 단계 뒤진 5위에 올라 있다.

한 때 짝퉁 제조국으로 조롱받던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괄목상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05년 17위에서 2013년 5위로 급상승한 데 이어 2015년에는 한국과 미국을 제치고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중국에 추월당하며 자동차·조선·철강·기계·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 산업 경쟁력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극도로 경직된 노동시장과 각종 규제에 기업들의 발이 묶여 있는데다 투쟁 지향적 강성노조와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파생되는 기형적인 고임금 구조, 낮은 생산성은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뿌리째 좀먹고 있다.

오늘도 세간에 오르내리는 이슈들 가운데 한국GM, 금호타이어, 현대중공업 등 거대 제조업이 직면한 위기는 우리 경제와 맞물려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노조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대마불사’ 의식은 회사가 사라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도 투쟁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노동단체와 표심을 의식한 일부 정치 세력까지 가세해 위기극복을 위한 체질개선의 길을 가로막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것도 큰 문제다.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낼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온전해야 근로자의 고용도 유지될 수 있다. 기업은 체력이 바닥나 쓰러져가는데 노조가 아무런 고통분담 없이 고용과 임금, 복지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기업 경쟁력은 고용안정의 근간으로, 무엇보다 노사협력을 통한 위기 예방이 중요하다. 노조가 머리띠 두르고 투쟁한다고 해서 이미 기울어진 상황이 회복되진 않는다. 이럴 땐 보다 유연하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난국을 헤쳐 나갈 방도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위기를 맞은 데는 경영책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고임금 저효율을 마치 당연한 기득권으로 착각하고 기업경쟁력을 갉아먹은 노조의 책임도 크다. 노조가 고통분담을 통해 경쟁력 회복을 적극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존폐 기로에 선 기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회사가 판매 감소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이들 노조는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 향상 노력은 커녕 투쟁을 통한 눈앞의 임금인상에만 급급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만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처하는 노조의 태도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1990년대 고임금, 저생산성을 견디지 못해 기업들이 떠나자 독일 제조업은 유래 없는 큰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독일 제조업을 수렁에서 구한 폭스바겐 노사와 정부의 합작 프로젝트 ‘아우토 5000’은 노사관계 혁신으로 평가받는데 노조의 임금기득권 양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노조는 무급근로확대, 임금삭감 등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며 고통분담을 통해 기업경쟁력과 생산성을 회복시켰다.

최근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임금협상도 주목해야 한다. 노사는 지난달 상견례 일주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올해 1.9% 임금인상에 최종 합의했다. 회사의 어려움과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노조의 성숙된 의식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모범사례가 널려 있다. 노조가 이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지 않는가.

정재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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