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도 관광자원…수중정화에도 관심을
바닷속도 관광자원…수중정화에도 관심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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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외신을 타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우리나라 안방 TV에도 등장했다. 그는 특유의 표정으로 필리핀의 세계적 관광명소 보라카이 섬을 ‘시궁창’이라고 꼬집었다. 자연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이 섬을 한시적으로 폐쇄한다고도 했다. 반대여론이 들끓자 필리핀 정부는 당초 계획기간 6개월을 4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지만 오는 26일부터 폐쇄에 들어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인들의 신혼여행지로도 이름난 보라카이 섬이 어떤 이유로 자국 대통령의 입에서 ‘시궁창’ 소리가 나오게 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의 수입에만 눈이 어두워 연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마구 받아들이다보니 관광명소의 위상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닐라타임스’와 ‘필리핀스타’는 지난 16일 보라카이 섬의 ‘웨스트 코브 리조트’가 14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지방정부가 이 리조트에 내주던 산지이용 허가를 취소했기 때문이었다. 리조트 측이 거세게 반발하자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15일자 성명에서 “필요하면 보라카이 섬의 불법 구조물 폭파에 주저하지 않겠으며, 지방정부가 요청하면 해병대 투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보라카이 섬의 한시적 폐쇄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수시설도 재대로 안 갖춘 관광숙박업소의 난립,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바다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남아의 다른 유명 휴양지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방콕포스트’는 지난달 28일, 태국 정부가 할리우드 영화 <더 비치>의 촬영장소로 유명한 피피섬의 마야 베이를 오는 6월부터 4개월간 폐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마야 베이 앞바다의 산호초 군락은 수년 전부터 죽어가기 시작해 지금은 왕성하던 시기의 20%에도 못 미친다는 특파원 보고도 있었다.

산호초가 죽어가고 바다 밑이 백화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산호초는 육지에서 유입된 화학비료, 대양을 떠다니는 플라스틱제품, 저인망식 어획, 지구온난화 영향 등 다양한 이유로 설자리를 잃고 있다. 2월 20일자 뉴욕타임스는 산호생물학자 ‘졸리아 램’의 말을 인용, 태평양 산호초에는 플라스틱제품 110억개가 쌓여있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전했다. 또한 “아시아에서 산호초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졸리아 램)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쓰레기더미를 발견하게 됐다. 의자, 기저귀, 플라스틱 병 등… 너무 많아 어떻게 기록해야할지조차 모를 정도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국의 사례를 들었지만 어느 하나 ‘남의 일’로 치부할 것은 없다. 그런 관점에서, 울산시가 22일부터 지역 13개 항만에서 ‘바닷속 폐기물 수거 사업’을 시작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120t을 치워낼 이 사업에는 울산특전재난구조대, 한국재난구조단 울산지부, 해병대전우회 울산시연합회, 한국해양구조협회 울산지부 회원들도 동참한다니 크게 박수칠 일이다. “바닷속도 관광자원”이란 인식하에 수중정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관광도시 울산’의 위상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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