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동헌
울산 중구 동헌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8.04.1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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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리고 고즈넉한 동헌에 문화 바람이 분다
▲ 중구 동헌 잔디마당 전경.

봄은 방랑의 계절이다. 지난 겨울, 추위를 피해 꼭꼭 숨겨놓았던 방랑끼는 봄이 되면 눈이 녹듯 쉽게 풀려버린다. 봄은 언제나 화려하다. 따스한 봄 햇살 속엔 진달래와 벚꽃이 있고, 가끔 첫사랑의 기억을 부르는 봄비도 좋다.

한편, 봄은 고즈넉하다. 겨울처럼 냉정하지 않고, 여름처럼 요란하지도 않다. 그래서 사계절 중에 ‘옛 것’과 가장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막 일 좀 해보려고 하는 계절의 시작점에서 멀리 떠나기는 또 부담스럽다. 하긴. 꽃피는 봄에는 그리 멀리 가지 않고, 바깥에만 나가도 좋다. 봄이니까.

봄의 축제인 벚꽃도 지고, 이제 남은 봄은 고즈넉함 그 자체. 태양이 더 강렬해지기 전에 올 봄엔 봄의 그 고즈넉함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도심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동헌’을 다시 한 번 찾아보자. 아는 사람은 안다. 봄에 찾는 동헌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 중구 동헌 가학루 모습.

◇울산 동헌 및 내아

중구 북정동에 자리 잡은 동헌은 조선 후기의 관아건물이다. 옛 울산읍성 안의 중심 건물로 울산도호부의 수령이 공무를 처리했던 곳이다. 내아는 수령이 살았던 살림집이다.

동헌은 1681년(숙종 7년) 울산부사 김수오(金粹五)가 처음 지었고, 그의 아들인 부사 김호가 일학헌(一鶴軒)이라 편액했다. 1763년(영조 39년) 부사 홍익대(洪益大)가 다시 지어 반학헌(伴鶴軒)으로 개칭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울산군청으로, 해방이후에는 울산군청 회의실로 사용했다. 1981년 복원이 이뤄졌으며, 동헌과 내아, 오송정, 학성도호부아문(鶴城都護府衙門)만을 중건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동헌은 정면 6칸, 측면 2칸으로 가운데에 2칸의 대청을, 좌우에 2칸씩의 방을 뒀다. 그리고 왼쪽 방 앞의 툇마루 주위에는 계자(鷄子) 난간을 둘렀다. 처마는 부연을 둔 겹처마이고, 기둥 위에는 익공(翼工) 형식의 포(包)를 올렸으며, 추녀마루가 길게 뻗은 팔작지붕 건물이다.

내아는 온돌방 4칸, 대청 2칸, 부엌과 누마루 각 1칸씩을 둔 ㄱ자형 건물이다. 이 ㄱ자형 평면은 조선시대 울산지역 상류주택의 一자형 안채에 사랑방과 누마루를 덧붙인 형식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1동(棟)의 건물로 이루어진 특징이 있다. 동헌의 정문인 학성도호부아문은 학성도호부관아의 문이란 뜻이다. 이 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가학루(駕鶴樓)라는 정면 3칸 중층 문루가 위치하고 있었다.

 

▲ 동헌 잔디마당에서 금요문화마당 포크송 연주가 열리고 있다.

◇지금 동헌에선

고즈넉하다고 봄의 동헌이 심심할 거란 선입견은 버려라. 봄을 맞은 동헌에서는 그 고즈넉함에 어울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본보에서 매년 진행하는 ‘금요문화마당’이 매주 금요일 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예정이고, 생생문화제 사업으로 중구청이 진행하는 ‘동헌씨의 품격’도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먼저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금요문화마당은 올해도 고즈넉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공연들로 동헌의 불금을 장식할 예정이다. 지난 주 금요일 사물놀이를 비롯해 합창단 공연으로 올해 첫 무대를 연 금요문화마당은 이번 봄 내내 동헌의 기와집과 잔디에 어울리는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인다. 당장 이번 주(4월20일)에는 아날로그 감성의 통기타 페스티벌이 열리고, 오는 27일에는 봄맞이 음악회로 성악과 가곡, 연주가 어우러진 클래식 공연이 펼쳐진다. 가정의 달인 5월로 넘어가면 매직버블쇼를 비롯해 어린이·어머니·실버 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지고 5월의 끄트머리에는 민속예술공연도 진행된다.

중구청에서 진행하는 ‘동헌씨의 품격’은 오는 12월까지 총 23회에 걸쳐 열린다. 조선시대 동헌의 성격과 역할을 살린 ‘동헌씨의 품격’은 △동헌씨의 체격 △동헌씨의 자격 △동헌씨의 간격 △동헌씨의 성격 등 4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된다.

첫 무대인 22일에는 ‘동헌씨의 체격’으로 조선시대 도호부사의 7가지 임무를 활용한 역사체험놀이가 가족단위로 열린다. 도호부사의 7가지 임무란 △농사와 누에치는 일을 잘 돌볼 것△인구 늘릴 것 △교육을 진흥시킬 것 △군대에 관한 사무를 바르게 할 것 △부역을 균등히 할 것 △민사의 소송을 바르게 할 것 △유사시 군대 지휘하여 전투에 임할 것 등을 의미한다.

이후 5월에는 동헌씨의 자격으로 울산도호부 곳곳을 활용한 미디어 교육이 진행된다.

중구청 관계자는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에는 동헌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옛 것’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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