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19 2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중공업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사무직과 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정치권은 한목소리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정치권은 구조조정의 책임을 회사 측에 전가하며 일방적인 인원감축이라며 연일 반대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의 현대중공업 사정을 들여다보면 현재 회사의 생산설비와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70~80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지만 신규수주는 2016년 24척, 지난해 48척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해양플랜트사업부의 최근 4년 동안 새로운 일감을 전혀 확보하지 못해 오는 7월 아랍에미리트 나스르해상플랫폼 공사가 끝나면 관련 설비와 인력을 모두 놀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새로운 일감을 확보한다고 해도 작업준비 기간이 최소 1년 6개월 정도 필요해 이 기간 동안 사업부 전체가 할 일이 없어지고 신규 일감을 확보한다는 보장도 없는 게 현실이고 보면 3천여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노사가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주식회사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기업 윤리다. 기업이 생존해야 노조가 있고 이윤이 창출되고 이윤이 있어야 사회로의 환원이 이뤄지는데 당장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상생하자는 말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근 울산시의회도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중단 및 조선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정부지원대책 촉구 결의안’에서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본사를 둔 유일한 대기업으로서 울산지역 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지역사회와 한마음 한뜻이 돼 노력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울산시의회도 조선산업의 위기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이다. 하지만 기업이 고용유지를 위해 일없는 근로자에게 고임금을 지급하면서 유지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6·13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오고 말잔치 좋아하는 정치인들의 다급한 마음에 기업의 희생을 요구하며 고용유지를 운운하지만 정작 본인이 이런 상황에 놓인 기업의 경영자라면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 이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상생의 길이 있다고 하지만 모든 것이 말잔치에 불과하다. 사실에 근거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은 한마디도 없다. 노동자들의 표를 의식한 반대뿐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흑자를 보였다고 주장한다. 과연 사실일까. 지난해 4/3분기까지 8분기 흑자를 내오던 영업이익도 일감이 급감한 지난해 4/4분기에 1천600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는 3년만에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20조에 달했던 매출이 지난해 10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7조원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1분기에는 고작 7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주식과 사택, 기숙사, 유휴생산부지, 호텔현대 등을 매각하고 비핵심사업 정리, 사업 분할에 이어 1조2천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3조5천억원이 넘는 경영개선계획을 이행으로 전 방위적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조선산업의 불황장기화로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이번 희망퇴직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말았다. 50년 동안 울산의 상징처럼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봉착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하는지는 노사 모두가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