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영칼럼]미세먼지를 잡는 즐거운 상상
[전재영칼럼]미세먼지를 잡는 즐거운 상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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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봄철 풍경은 빛바랜 컬러 사진이다. 뿌연 미세먼지 때문에 맑은 날인지 흐린 날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쩌다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인 날이 오히려 대화의 화제가 될 정도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미세먼지의 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더군다나 그 빈도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봄철에 두어 번 누런 먼지바람이 날아왔을 뿐인데 최근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시커먼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우리의 기관지와 눈을 오염시키고 있다.

사안이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도 전문가도 제대로 된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사막화가 심해져서, 혹은 중국 공장이 황해 해안에 밀집되어 있어서, 우리나라 화력발전소가 서쪽에 집중되어서, 노후 경유차가 많아서 등 말만 무성할 뿐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세먼지 주범으로 고등어구이까지 올렸을까. 서울시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고작 대중교통 무료이용이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개인마다 황사마스크나 방진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었고, 가정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이나 하는 고급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제품이 되었다. 물론 사막화와 산업화가 주범이라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망상에 가까운 상상을 해 봤다.

우선 ‘워터 커튼’을 상상해 봤다. 여름철에 큰 건물에 들어가면 에어컨 바람이 밖으로 못 나가게 에어 커튼을 설치하듯 서해안 수 킬로미터 상공에 정지 비행선을 수십 대 띄우고 미세먼지나 황사가 오면 비행선에서 물을 뿌려 미세먼지를 잡는 것이다. 물은 서해에서 끌어올려 분사하면 된다. 다만 수 킬로미터나 양수할 수 있는 펌프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해안가에서 고압 호스로 몇 백 미터 상공으로라도 쏘면 굵은 먼지 몇 백 개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투모로우’란 SF 재난영화가 있었다.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거대한 폭풍우가 형성되고 그 중심으로 대류권 상층에 있는 영하 수십 도의 냉기가 지상으로 유입되면서 갑자기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이 원리를 이용해 고비사막이나 몽골사막에 7~8킬로미터 되는 파이프를 수직으로 세워 대류권 상층부의 냉기를 지상으로 끌어내려 사막에 지속적으로 비나 눈이 오게 하는 건 어떨까. 파이프를 수직으로 세우기가 힘들다느니 환경파괴니 하며 말이 많을 거다. 그렇다면 사막에 적합한 태양광과 풍력 하이브리드 발전기를 수십만 대 설치하고 지하수를 퍼 올려 리비아 대수로 공사처럼 사막을 녹화하는 건 어떨까.

어렸을 때 읽었던 공상과학 만화에서도, 최근 SF 영화에도 나오듯 미래도시의 상공은 거대한 돔 지붕으로 덮여져 있다. 그 만화나 영화처럼 우리나라 전체를, 아니더라도 소도시 하나쯤이라도 돔 지붕으로 덮으면 좋겠다. 그런 기술이 상용화될 때까지 헬멧 형태로 국민의 기관지와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 무상 보급하면 어떨까.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도 계속 나빠지면 청정한 남태평양 섬을 사서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처럼 국민을 이주시키는 것은 어떨까. 비용도 많이 들고 국민저항도 만만치 않아 무모한 망상일 뿐일 게다. 그렇다면 지자체별로 청정지역 혹은 청정건물을 만들어 독거노인 등 미세먼지에 무방비인 취약계층이라도 거주할 시설을 만드는 건 또 어떨까.

나름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해 봤다. 상상을 할수록 현실과는 멀어져 망상이 되고 만다.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산업화와 사막화이니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보도를 보면 미세먼지의 3분의 2 이상이 이웃나라에서 온다고 한다. 조속히 양국 공동대책기구를 상설하여 지속가능한 공동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웃나라의 근본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화력발전소를 줄이느니 경유 차량을 줄이느니 하는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책에 불과하다.

대기질 개선에 대해선 울산이 앞선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십여 년 전에 비해 대기질이 크게 개선되어 주거지는 물론 공단지역에 들어가도 예전 같은 매캐한 냄새나 공장 굴뚝의 분진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미세먼지의 해결은 우리 울산이 멘토가 되어 개선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빛바랜 컬러 사진이 아닌 방금 인화한 듯 화려한 무지개색의 화창한 봄날을 고대해 본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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