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취지의 울주군 지명지리지 편찬 사업은 누군가는 ‘총대를 멨어야 할’ 기치 있는 사업이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누락된 부분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울주군은 그동안 산업공단이 도처에 새로 조성되는 과정에서 쥐도 새도 몰래 기억에서 사라져간 지명도 추적해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 또 현지학술조사로 얻어진 제보자의 구술(口述) 인터뷰 내용도 새로 꾸밀 홈페이지에 담아 소개할 계획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간다면 12개 읍·면을 포용하고 있는 울주군이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로 빛을 발할 날도 멀지 않지 싶다.
차제에 한 가지 당부삼아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차피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잊혀진 지명을 들춰내 기록으로 남길 바에는 ‘한자투 지명’에 떠밀려 맥도 못 추고 묻혀가는 ‘순우리말 땅이름’을 이번 기회에 전수조사하듯 더 많이 찾아내고 생기도 불어넣어 ‘재활용의 묘미’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래정씨 집성촌인 상북면 지내리(池內里) 이름을 숫제 옛날식 이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 마을 이름은 주민들이 아직도 ‘못안마을’로 부르고 있는 만큼 절지동물 ‘지네’를 연상시키는 ‘지내리’ 대신 ‘못안마을’을 새 지명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울주정명천년’을 기념하는 사업으로도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정명(定名)’이란 문자 그대로 ‘이름(名)을 새로 지어주는(定)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수년 전, 울주군이 범서읍의 공원 이름을 ‘입암(立岩)공원’ 대신 ‘선바위공원’으로 바꿔 부르기로 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내친김에 기념사업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울주문화원은 최근 ‘울주군 지명지리지 학술조사연구단 집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위원장에 한삼건 울산대 교수, 부위원장에 박채은 국사편찬위 조사위원을 추대했다. 필진의 무게감으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든든한 느낌부터 준다. 사족 같지만, 필요하다면, 지역 대학이나 일선학교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 집단(국어학 전공 교수·교사진 등)과도 호흡을 같이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업 참여의 폭을 넓히고 홍보효과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울주군 지명지리지 편찬 사업이 알찬 결실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