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주운 물건, 福 아닌 毒
우연히 주운 물건, 福 아닌 毒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1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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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에 접수되는 112신고 중 하루 4∼5건이 분실물 관련 신고다. 잠깐 딴 생각을 하며 자리를 비웠다가 나중에야 생각이 나서 황급히 돌아와 보니 물건이 없어진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본인의 부주의 탓이겠지만 잃어버린 사람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법이다.

인구 천만이 넘는 서울의 지하철만 해도 유실물이 하루 평균 300건이나 되고, 무려 10만건의 물건이 주인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달리 생각하면 그 숱한 물건들을 손쉽게 들고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어릴 때만 해도 누군가가 흘리고 간 몇 천원, 몇 만원을 재수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도 타인이 두고 간 물건을 ‘오늘은 운이 좋다’며 들고 가버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엄연한 범죄다.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범죄의 유혹이 눈앞에 놓인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주워 갔다가 범죄자가 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오락실’, ‘노래방’, ‘버스’ 같은 곳에 놓여있는 물건을 함부로 들고 가는 행위는 엄연히 ‘절도죄’에 해당한다. 형법 329∼332조가 규정한 절도죄 가운데 ‘단순절도죄(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훔치는 것으로 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절도죄에 그치지 않고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습득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물건 대금을 지불한다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죄가 추가된다.

가장 큰 문제는 물건을 주웠을 때 죄의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미한 범죄다’, ‘주인이 나타나면 돌려주면 되겠지’, ‘이 카드, 결제가 되는지 한번 시험해볼까’라는 생각에 주운 물건을 사용하거나 가져간다면 큰 코를 다친다. 하지만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정도로 절도죄는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더욱이 절도죄는 피해자와 합의하면 끝나는 친고죄가 아니라 피해자의 처벌의사와 상관없이 훔친 행위 자체를 처벌하게 된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운이 없어 걸리면 그 액수만큼 변상하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분실한 물건을 습득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에 습득한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을 알려주는 일이다. 습득 신고를 받은 기관은 현장에서 분실물 주인과의 연락 방법을 알아내 바로 인계하거나 분실물 담당자에게 넘겨 주인을 찾아주게 된다. 습득한 지갑이나 신분증, 신용카드는 우체통에 넣어도 관할 경찰서로 보내지므로 편한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물건을 분실을 했을 때의 대처방법도 미리 알아두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들어있는 지갑이나 가방을 분실한 경우, 해당 카드사에 분실신고부터 하고 지급을 정지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그 다음, 근처 지구대를 찾아가 분실물을 접수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Lost112’라는 경찰청의 유실물 종합안내 사이트 ‘www.lost112.go.kr’에 접속하면 바로 접수가 되므로 굳이 경찰관서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무심코 눈앞에 보이는 귀중품은 행운이 아니라 독이 든 열매일 수도 있다. 소소한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면 전과자의 누명을 쓸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아울러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물건 주인의 심정도 헤아려보자. 주운 사람에게는 단순한 물건일지라도 누군가에는 평생의 추억, 목숨보다 더 소중한 물건일 수도 있다. 몇 년 전 대구에서 20대 청년이 온전치 못한 판단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고물상에서 힘들게 모은 800만원을 길가에 뿌린 사건이 있었다. 이중 200여만원만이 회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더라도 전액 회수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성숙한 시민의식의 주인이 되었으면 한다.

류용현 중부경찰서 학성지구대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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