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을 배고프게 만든 우리 사회
결혼이주여성을 배고프게 만든 우리 사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1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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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구 달동행정복지센터가 밝힌 어느 결혼이주여성의 딱한 사연은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만든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복지센터에 들어선 남루한 차림의 베트남 여성은 서툰 한국말로 “배고파요”, “밥 없어”, “돈 없어”라며 울먹였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복지센터는 즉시 이 여성의 월세방을 찾아가 자초지종 얘기를 들었다.

마흔 살인 이 여성은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6년 전(2012년) 5월 한국으로 입국했고, 곧바로 아들이 태어나면서 기대도 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이 여성은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가정폭력피해자 쉼터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5월에야 이혼을 했다. 그러나 한국말이 서툴러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웠고 겨우 할 수 있는 일이 월 10만원 수입밖에 안 되는 마늘 까는 일이었다.

달동 맞춤형복지팀은 긴급회의를 열어 이 가정을 사례관리대상자로 지정하고 지원방안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한국어교육을 지원하고 대한적십자사와 현대중공업, 초록우산, 달동지역 봉사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당장의 끼니걱정부터 덜어주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 딱한 베트남 여성 이야기는 혼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무지한 일부 한국 남성들 때문에 불행을 참고 살아야하는 외국 출신 여성들이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많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남구청이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민·관이 함께 나서기로 한 일이다. 그러나 이 시책은 초점이 결혼이주여성이 아니라 공동주택에 거주세대에게 맞추어져 있다. 남구청이 달동행정복지센터의 사례를 거울삼아 좀 더 세밀하고 촘촘한 계획을 세워 복지사각지대 발굴 작업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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