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는 학교마다 ‘꼰대’로 불리는 선생님이 최소 한두 분은 계셨다. ‘꼰대 선생님’들은 대체로 수학이나 화학처럼 학생들이 싫어하는 과목을 담당하는 연세 지긋하신 남자 선생님들이 많았다. 지금도 생각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선생님은 수업시간이면 반 아이들 모두가 다 알 수 있을 때까지 수학공부를 독하게 시키셨다. ‘꼬장꼬장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학을 못하는 친구들 한 명 한 명까지 어떻게 해서든 수학문제를 풀어오게 할 만큼 당신의 수학과목에 대해서는 고집이 강하셨다. 수업시간에 과제를 다 풀지 못하면 점심시간뿐만 아니라, 저녁시간이나 야간자율학습시간에까지 문제를 풀어서 교무실로 검사를 받으러 오게 만드셨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까지 퇴근하시지 않고 교무실에서 학생들의 수학 과제를 세심하게 챙겨주신 것은 물론이다.
몇 해 전 케이블방송에서 상영된 드라마에서 ‘꼰대’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온 적이 있었다. 꼰대들의 유쾌한 인생찬가를 표방하던 ‘디어 마이 프렌즈’도 그랬고,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웹툰을 드라마로 꾸며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던 ‘미생’이라는 작품도 그랬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꼰대들’은 두 가지 모습으로 비쳐졌다. 첫 번째 부류는 자신의 삶과 생활에 대해 애착을 갖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다른 부류는 상사의 입장에서 아랫사람들을 함부로 막 대하면서 좋은 결과나 업적은 모두 자기가 제안한 아이디어나 업무 능력 덕분이고, 그 반대 결과 같은 부서의 다른 직원들 탓으로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전자보다 후자 쪽의 ‘꼰대 문화’를 겪게 되는 경우가 더 자주 있다. 학교 또한 일반인들의 직장처럼 교사들에게는 교육활동과 직장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곳이다. 어쩌면 교사들은 스스로가 꼰대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의 꼰대 행위를 겪게 될수도 있다. 스스로가 꼰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꼰대 교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타인의 꼰대 행위를 겪는다는 것은 학교 내 관리자들로부터 그런 불편한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을 말한다. 결국 교사들은 꼰대가 될 수도, 꼰대 행위를 당할 수도 있는 이중적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자리라는 뜻이다.
갈수록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의 변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야만 하는 교사들로서는 자신의 학창시절과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바뀌어 가는 학생들의 생각과 호기심에 중심을 맞추어야 하고, 그러려면 늘 긴장의 연속선상에 놓이고 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이름이라도 알고 있어야 되고, 아이돌의 노래를 다 외우지는 못해도 중요한 한두 구절 정도는 읊조릴 줄 알아야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줄 수가 있다. 게다가 신규 교사처럼 경력이 낮은 교사들의 생각도 이해해 주려면 그들의 마음까지도 살펴보아야 할 판이니, 경력 많은 ‘노땅’ 교사들의 처신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그래도 가끔씩은 TV드라마의 주인공이 말한 것처럼 “그래, 나 꼰대 맞다. 근데 꼰대가 뭐 어때서?”라고 외치며 아이들과 젊은 교사들에게 때로는 꼬장꼬장하고 쓴 소리도 내뱉을 수 있어야 첫 번째 부류처럼 제대로 된 ‘꼰대 교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