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NORTH’와 ‘사드(THAAD)’의 미래
‘38NORTH’와 ‘사드(THAAD)’의 미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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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워싱턴 싱크탱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 사태가 최대의 화제였다. 워싱턴의 관심은 한국 정부의 코드에 맞지 않는 USKI의 구재회 소장에 대한 교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예산을 끊었다며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한국은 해마다 20억원씩 USKI에 연구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한국 정부는 한국학 프로그램 설치 등 한국 알리기에 공을 들여왔다. 문 닫는 ‘38노스’와 흐지부지된 ‘사드 배치’가 걱정이다.

한국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USKI가 문을 닫으면 한국이 워싱턴에 쌓아올린 ‘200억짜리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구 소장 교체를 직접 요구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지만 文정부의 블랙리스트(?)인 보수 성향의 구재회 소장과 타운 부소장은 ‘청와대의 강제퇴출’ 대상자인 셈이다.

특히 USKI 타운 부소장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NORTH’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데, 이 사이트는 북한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웹 사이트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주로 분석해서 보도한다.

가끔 이곳에서 북한의 위성사진을 입수해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의 징후를 포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지만 꼭 필요한 중요정보인 셈이다. 아쉽게도 이번 사태는 한국의 군사분계선(DMZ)을 둘러싼 진보·보수 양측의 이념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란 생각이다. 이와 함께 中·北의 눈치를 보느라 방치한 사드 문제와 흐지부지된 사드 배치를 보면서 대한민국 보수의 몰락과 궤를 같이하는 듯하여 유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월 집권 직후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을 이유로 배치 절차를 중단시켰다. 그러다 작년 7월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다음 날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겠다”고 했다. 이것으로 사드 배치 문제가 일단락된 듯했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경북 성주에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임시 배치됐지만, 정상 운용을 위한 기지 공사가 작년 9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걱정이다. 공사를 위해 필요한 건설 자재와 장비 반입을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지역 주민들이 계속 막고 있기 때문이라지만 현 정부의 의지란 생각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실망을 넘어 이제는 체념 단계에 이른 듯하다”고 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처음부터 사드에 부정적이었던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서 사실상 사드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정부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공공외교 강화’를 내세웠다. ‘공공외교’란 쉬운 말로 정부와 의회 이외의 싱크탱크·학계·시민단체 등에 우군(友軍)을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외교는 오랜 기간에 걸친 장기투자가 필수적이다. USKI 사태는 거칠고 서툰 대응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출연기금 제공을 이유로 너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면 이는 큰 시행착오가 될 것이다. 또, 사드는 한·미 간 안보 문제를 넘어 신뢰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한국이 중국·북한만 고려해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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