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안효대 당협위원장의 현대중공업 본사정문 앞 기자회견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상징성이 크다. 울산시가 긴급 대책회의를 연 것도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구조조정)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5일 오후에 열린 울산시의 긴급 대책회의부터 먼저 짚어보자. 이날 대책회의에는 김형수 경제부시장과 박순철 일자리경제국장, 전경술 창조경제본부장과 일자리총괄과·기업육성과·창조경제과·산업진흥과·산업입지과 등 유관부서 장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무게의 중심을 ‘고용안정’에 두고 있는 울산시는 이날 회의에서 ‘지역 조선산업이 어려운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절실함’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현대중공업이 이를 명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밀어붙인다면 더 엄청난 사태가 닥칠 것을 우려했다. 당장은 고용상황이 악화될 것이 뻔하고, 길게는 협력업체들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현대중공업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동구지역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시의 일자리 추경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노동부·동구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해 노동자 생활안전망 확충, 맞춤형 재취업과 훈련기회 확대, 고용 유지 및 일자리 창출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경제부시장이 단장인 ‘지역산업 점검 및 일자리 안정 T/F 회의’를 수시로 열어 현대중공업과 협력업계, 노동계와 대화하면서 조선업 활성화 및 일자리 안정 과제를 발굴·추진하는 방안이다. 세 가지 모두 일리 있는 방안들이다.
하지만 둘째·셋째 방안은 짧은 기간 안에 가시적 성과를 얻기가 힘들 것이다. 그리고 첫째 방안도 실질적 성과를 얻어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 회사 ‘최대주주’를 설득해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보다 더 힘겨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실체에 접근해보면 ‘희망퇴직 사태’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그 길밖에 없다는 것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솔로몬의 지혜와 다윗의 담대함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에 ‘솔로몬의 지혜’와 ‘다윗의 담대함’을 원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