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식에 찬밥을 먹는 이유
청명·한식에 찬밥을 먹는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0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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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청명·한식이 있고 곡우가 있고 식목일이 있다.

특히 4월 5일은 헐벗은 산을 푸르게 만들기 위해 나무 심기 좋은 시기이면서 신라가 삼국통일을 완수한 날로 조선의 성종이 선농단에서 직접 친경한 날의 의미를 살려 1949년부터 식목일로 정하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나무 심기에 참여하고 있다.

청명·한식은 지상에 있는 신들이 하늘로 올라간 날이어서 특별히 ‘택일(擇日)’을 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보거나 이장(移葬)을 해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이 날은 묏자리 고치기, 비석 세우기 등의 작업을 많이 한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청명(淸明) 다음날이거나 같은 날이다.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전통 4대 명절에 해당한다. 계절적으로는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철이며 조상의 무덤을 보수하는 시기로 여겨진다.

한식은 원래 중국에서 들어온 절기였으나 한국에 토착화되었다. 지역적으로는 한반도 북쪽지역이 남쪽지역에 비해 한식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들은 한식을 냉절 또는 숙식이라고도 불렀다.

중국에서는 한식이 큰 명절이어서 잔치를 벌이고 투계나 공치기, 그네뛰기 같이 옥외에서 하는 놀이를 즐겼다.

고려 시대에도 한식이 대표적인 명절 가운데 하나여서, 한식날이면 나라에서 종묘와 각 능원에 제향을 지내고 관공리들에게 공가를 주어 성묘하도록 했으며, 죄수에게 형을 집행하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서 유래해 이날 민간에서는 산소를 돌보고 추석이나 설과 같이 술, 과일, 포, 떡, 탕 등을 마련해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절사(節祀)라고 했다. 농가에서는 이날 논밭을 갈고 이른 농작물의 씨를 뿌리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식목일과 같은 날인 청명, 한식에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는 풍습을 이어 왔다. 불 사용을 금지한 조상의 지혜에서 우리는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새겨야 한다.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한 산불피해는 실로 엄청났다. 1970년대 시작된 치산녹화 10개년 사업은 산림녹화에 대한 국민인식 전환과 참여로 1987년 녹화사업을 조기에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우거진 숲으로 인해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세기 이후 산림녹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로 한국을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가꿔진 숲의 공익적 가치 또한 주목받고 있다. 숲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5%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안으로 숲을 통해 대기를 정화할 수 있어 산림녹화는 물론이고 시가지 녹화에도 각 지자체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숲이 한순간의 실수로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상당수의 산불이 식목일과 청명·한식 전후로 발생했다.

올해는 다행히 식목일에 봄비까지 내려 산불걱정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불조심 특히 산불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래를 위한 희망을 심는 식목일에 다른 한편에서는 애써 가꾼 숲이 불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한식에는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는 조상들의 지혜를 다시 생각하면서 올해 봄철은 산불 없는 한 해가 돼 우리가 심고 가꾼 숲이 더욱 푸르게 빛나도록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식목과 등산 등으로 산을 오를 때 각별히 산불조심에 유념해야 한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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