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해체硏 입지, 정치잣대가 좌우할 수도
원전해체硏 입지, 정치잣대가 좌우할 수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04 2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간보고는 물론 최종보고에서도 ‘원전해체연구소가 들어설 자리로는 울산이 최고’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결론은 울산시의 용역을 맡았던 서울대 연구용역팀이 이끌어냈다. 물론 울산시의 입맛에 맞는 떡을 빚어낼 것으로 믿고 맡긴 것 아니냐고 고개 갸웃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반면, 신뢰성 높은 서울대 팀이 내린 결론이니 믿을만하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하간 울산시는 ‘구슬 서 말’의 행운을 이번 용역으로 얻게 됐다.

박군철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연구용역팀은 4일 울산시청에서 ‘원전해체연구소 울산유치 타당성 분석 연구’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울산테크노파크, UNIST,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한국원전해체기술협회, 울산상의 관계자들도 참석해 높은 관심을 표시했다. 서울대 용역팀은 “입지여건, 원전해체 산업·연구·교육 인프라, 지역산업과의 연계성,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 기술적 연계성, 정책적 측면, 사회적 측면, 파급효과 등 8개 분야에서 울산이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의 최적지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팀은 특히 입지여건 분석에서 “울산은 항공·철도·도로를 이용한 접근성이 뛰어나고, 원전 밀집지역(경주-울산-부산)의 중심에 있어 원전해체 클러스터 구축이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굳이 보고서를 인용할 것도 없이, 울산에는 국내최고 수준의 원전해체 연구·교육·산업 인프라가 몰려있어 ‘협동연구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더욱이 울산에는 첨단기술을 갖춘 120여 개 화학소재 기업이 있어 원전해체 원천기술의 확보와 실증화가 용이한 상대적 이점도 갖고 있다.

보고서는 원전해체연구소가 울산에 들어서면 조선산업의 위기로 어려움이 큰 울산의 기업들에게 사업다각화 기회를 주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특히,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까지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이나 월성원전이 있는 경북보다 울산은 원자력 관련 수혜가 너무 없었다고도 했다. 울산시는 이 매력적인 보고서를 중앙부처에 제출한 다음 원전해체연구소 울산 유치를 꾸준히 건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떡 줄 사람’ 생각부터 먼저 간파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권위 있는 보고서라 해도 청와대나 정부의 눈에 차지 않으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 될 수도 있어서 하는 얘기다.

예측컨대, 원전해체연구소 입지에 대한 결정은 ‘정치적 잣대’가 좌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울산뿐 아니라 월성·울진 원전이 있는 경북도와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고리원전과 신고리원전으로 인연이 깊은 부산과 울산이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입지를 좌우하는 것은 ‘연구용역보고서’가 아니라 ‘정부·여당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구슬 서 말도 꿰어야 보배이듯 앞으로 남은 과제는 ‘내 손 안의 구슬 서 말’을 지혜롭게 꿰는 작업일 것이다. 울산시의 현명한 정치적 판단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