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산책] ‘그리움만 쌓이네’
[대학가산책] ‘그리움만 쌓이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0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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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무렵 ‘여진’이라는 가수가 불렀던 노래들 가운데 ‘그리움만 쌓이네’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 어릴 적에 얼마나 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을 무렵 ‘노영심’이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하면서 이 노랫말과 멜로디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 그리움만 남겨놓고 나를 잊었나(중략)/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1979년에 발표된 이 잔잔한 노래가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중년의 가수부터 젊은 아이돌 가수들까지 계속 리메이크하여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랫말처럼 지나간 사랑의 그리움 때문인지, 잔잔한 멜로디 때문인지, 아니면 그 둘의 조화로움 때문인지 궁금하다.

지난 3월로 우리 울산대학교의 설립자이신 아산(峨山) 정주영 선생이 돌아가신 지 17주기를 맞았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던 현대그룹을 만든 신화의 주인공이자 현대그룹의 명예회장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한동안은 저 먼 곳에 계시는 분으로만 존재했었다. 그러다가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려고 많은 궁리를 하다 보니 아산 선생과의 공통분모를 조금씩 찾아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산 선생께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는 말씀을 하시고 ‘배움의 터전에서 열심히 학문을 익혀 드높은 이상으로 꾸준히 정진하기’를 바라시며 우리 울산대학교를 1970년에 설립하셨다. 그러한 대학의 교원이 된 필자에게는, 무언가에 골몰하느라 가끔 나이를 잊고 사는 형편에 나이를 알려주는 대학이 고맙고, 아산 선생이 더욱 고마운 존재로 다가온다.

공교롭게도 아산 선생과 생일이 같은 필자로서는, 아산 선생 귀천(歸天) 17주기를 맞아 생전에 한번이라도 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수년 전부터 필자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무수한 공상과학소설의 주제들, 특히 세라믹 소재를 이용한 ‘전기의 생산’과 ‘날씨에 제약을 받지 않는 천일염의 생산’,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벌레·잡초·미생물을 제거하는 친환경시설농법’, ‘각종 산업 및 생활 오취와 미세먼지의 정화기술’ 등을 통한 새로운 산업군의 개발을 아산 선생께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머리는 쓰라고 얹어놓고 있는 것이다’는 아산 선생의 말씀을 곰곰 살펴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아산 선생의 창의적이고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삶에서 비롯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12살적에 아버지를 따라 나간 뜨거운 논밭에서, 엎드려서 뜨거운 햇볕을 참아가며 일을 배웠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나는 항상 즐겁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주 피곤하게 일을 하고 나면, 잠을 달게 잘 수 있으니까 그것이 즐겁고, 많은 일을 하다보면 배가 고프니까 밥맛이 있어서 좋고, 긴 시간을 태양 밑에서 일을 하다 그늘로 내려서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까 극락 같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젊었을 적부터 새벽 일찍 일어났다. 왜 일찍 일어났느냐 하면 그날 할 일이 즐거워서 기대와 흥분으로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다. 또 밤에는 항상 숙면할 준비를 갖추고 잠자리에 든다. 날이 밝을 때 일을 즐겁고 힘차게 해치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어떤 사람은 골치 아프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기쁘게 생각한다.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은 태양 밑에서 일할 때의 고통만 생각하지 그늘 밑에서 바람을 쐴 때의 그 행복감을 생각하지 않는다.” ‘여유가 없으면 창의가 죽는다. 나는 경험으로 그걸 체득한 사람이다.’ ‘목표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이에 상응한 노력만 쏟아 부으면 그 누구라도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 ‘농업은 세계의 산업 형태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든 절대로 소홀히 해서도, 포기해서도 안 되는 우리 인간의 필수 자산이다.’

생명수 같은 그분의 말씀을 뇌리에 되새기며 2018년 4월을 맞이한다. 울산의 주력산업들이 힘든 이 시기에, 울산이 새로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나서 본다. 울산은 예전까지 아산 선생만을 믿고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하늘에 계신 아산 선생께서 우리 울산을 믿고 사실 것만 같다. ‘나 너 하나만을 믿고 살았네, 그대만을 믿었네~ 아 네가 보고파서 나는 어쩌나~ 그리움만 쌓이네~’.

공영민 울산대 공대 기획부학장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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