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 카드’ 먼저 꺼낸 현대차노조
‘양극화 해소 카드’ 먼저 꺼낸 현대차노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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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영 위원장 체제의 현대자동차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엔 사측과 손잡고 지역사회 공헌활동에 열심히 뛰어드나 했더니 이번엔 파격적 행보도 서슴지 않는다. ‘파격적 행보’란 역대 현대차노조에선 보기 힘들었던 ‘양극화 해소’ 카드를 주도적으로 꺼낸 일이다. 현대차노조의 ‘양극화 해소’ 카드는 원청-하청,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에 넓고 깊게 패인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일에 초점이 모아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카드는 혼자 내보이는 선에서 그치지는 않았다. 이른바 ‘전시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차노조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작업에 공정거래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를 같이 끌어들였다. 이 두 기구와 손잡고 오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과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하후상박 연대임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기로 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토론회는 현대차노조가 먼저 제안하고 공정거래위와 노사정위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임으로써 빛을 보게 됐다. ‘양극화 해소’의 주도권을 현대차노조가 잡은 모양새로 비쳐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주도권을 잡았느냐가 아닐 것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누가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양극화 해소 작업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도 그 못지않게 중요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노동문제의 전문이론가이자 현장활동가인 하부영 위원장의 말을 인용할 필요를 느낀다.

하부영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금속노조 차원에서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은 낮추는 대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상률을 높이는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제안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이다. 그는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다단계 방식의 하청거래를 통해 중간에서 8~15%의 통행세를 챙기고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등의 불공정거래 관행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甲의 입장에 있는 대기업 쪽에서는 언짢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乙의 처지에 놓인 약자들도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대기업들도 튼튼한 체격을 유지할 수 있고 사회정의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부영 위원장 체제의 현대차 노조는 앞으로 할 일이 참 많을 것이다.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한 공정위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계획이고 공정거래법 개정의 필요성도 제기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차제에 현대차노조에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다. ‘양극화 해소’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사측의 이해와 협조도 필요한 만큼 사측을 적대시만 할 것이 아니라 2인3각 게임의 훌륭한 파트너로 인정해서 상생(相生)의 달리기에서 힘껏 보조를 맞춰 보라는 것이다. 이 과업이 다른 노조는 몰라도 하부영 위원장 체제의 노조에서는 능히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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