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
트럼프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0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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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자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한반도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금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빅 이벤트에 술렁거리고 있다. 북한 비핵화 이슈에 중국이 키 플레이어로 재등장하면서 남·북·미·중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더하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유는 여럿이겠으나 무엇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성동격서’ 같은 그의 태도 때문이다.

중국 병법을 집대성한 ‘36계(計)’에서 여섯 번째 계책이 ‘성동격서(聲東擊西)’다. 풀이하면 소리는 동쪽에서 지르고 정작 공격은 서쪽에서 한다는 것이지만 핵심은 협상 테이블에서 2차적인 문제로 밀고 당기다가 양보하고 1차적인 목적을 성사시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난달 8일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즉석에서 수락한 것엔 이유가 있었다. 속전속결로 두 지도자 간의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동맹국 한국의 긴한 요청으로 남북 정상회담(4월 말) 뒤로 북·미 회담이 밀렸다. 그런 사이 김정은·시진핑(習近平) 회담이 열렸다. 중국까지 가세한 3차원 양상으로 판이 뒤바뀐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흐림’이다.

여기에 한국까지 “리비아 방식(선 핵 폐기, 후 보상)은 사실상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나섰다. ‘리비아 방식’을 검토하는 미국을 대놓고 견제한 것이다. 이처럼 사실상 ‘1(미국) 대 3(남·북·중) 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데 대한 트럼프의 극에 달한 짜증과 분노는 지난달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을 북핵 협상 타결 뒤로 미룰 수 있다” “휴전선을 지켜주고 있지만 대가를 못 받고 있다” 등 연이은 돌출발언으로 표면화됐다.

트럼프의 구체적 북핵 해법은 공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트럼프의 북핵 발언 중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다. “과거 정부의 전철은 결코 밟지 않는다.” 25년 동안 ‘단계적 협상’이란 수에 넘어가 핵 개발 시간만 벌어 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단호하게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처럼 단칼에 해치우겠다는 심산이다. 겉으로는 비핵화를 외치는 것 같지만 현상 유지를 원하는 중국과 ‘동족’을 내세워 이상적 평화론을 외치는 한국에 한가하게 보조를 맞추다간 미국의 국익을 잃게 된다는 게 트럼프의 속내인지 모를 일이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회담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른바 진보정치 세력의 대변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의 자존과 이익을 지키는 국가 대표로서 김정은에게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일 각오로 임해야 한다. 앞의 두 만남에서 김정일은 ‘핵 문제는 한국과 관계없다. 미국과의 문제’라고 주장해 우리 대통령들이 침묵했다.

걱정되는 점은 문 대통령의 다소 혼란스러운 북핵 인식이다. 대통령은 “북한 핵 개발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2017년 9월 14일, CNN 방송)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2018년 1월 10일 기자회견)이라고 했다. 북핵을 이해한다는 건지 용납하지 않겠다는 건지 메시지가 모호하다. 모호함은 담판력에 손상을 입힌다.

북한 핵무기는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용이라는 성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본성(本性)은 한국을 협박하거나 공격해서 한국인을 지배하고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엔 문 대통령이 확고한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이다. 한국의 도시 곳곳을 겨냥하고 있는 단거리 핵미사일을 없애라고 요구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으니 포기하라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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