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여행스케치]영혼의 땅, 티베트 ①…시작점(서안)
[김윤경의여행스케치]영혼의 땅, 티베트 ①…시작점(서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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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다음 여행지로 티베트 칭장열차(靑藏鐵道)를 타기로 했었다. 전국으로 흩어져 있고 직업이 달라 날짜 맞추기가 어려웠다. 티베트에 대한 책을 보며 막연히 꿈만 꾸었다. 그러다 드디어 그 팀과 주변 지인들까지 합세하여 작년 여름방학 때 출발하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에서 일부가 합류하여 밤새 리무진을 타고 가서 인천공항에서 모두 출발했다.

티베트는 직항이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중국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먼저 서안을 거쳐 가기로 했다. 서안은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중의 하나로 역사적으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실크로드의 기점이다. ‘서안’보다는 삼국시대 때 당나라의 도읍지였던 ‘장안’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고도이다. 어쩜 가장 중국다운 중국이다. 우리나라만큼 더워서 헉헉거렸다. 실크로드 기념관에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앞에는 실크로드 행렬을 동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제의 능묘는 37년이 걸려 완공되었다고 하는데 내부는 개발이 되지 않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도 볼 수가 없다. 진시황이 무덤을 설계할 때 훗날의 도굴을 방지하기 위해서 수은 등을 이용한 여러 가지 함정들을 설치해 두었다고 한다. 아직 그 비밀을 풀 수 없어 과학이 조금 더 발전해야 발굴한다고 한다.

거대한 규모의 진시황제 지하무덤을 꾸며 놓아서 안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비밀 유지를 위해서 참여한 사람들조차 안에서 서서히 죽어간 화석을 볼 때 끔찍했다. 순장된 사람들의 몽롱한 표정과 행동이 너무나 슬퍼 보였다. 지하무덤은 진나라의 예술과 과학기술이 집약되어 있었다. 축소판인데도 정말 엄청난 규모이다. 일부분인 병마용을 실제로 봤을 때 묘의 크기를 상상할 수 없었다.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일컫는 병마용은 진시황 사후를 지키는 흙으로 만든 병사들을 말한다. 황릉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농부가 우물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지하 세계는 1호 외는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이고 건물을 지어 보호하고 있다. 병마용의 표정과 체격, 크기들은 모두 다르며 신분에 따라 다른 복장을 하고 있다. 주름살, 털, 말의 근육, 머리카락 등 너무나 섬세하게 만들어졌다. 서로 마주보면서 모델이 되어주어야 가능하다는 말도 있었다. 저 많은 사람 중에 나를 닮은 얼굴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 생김새들이 끝없이 나왔다. 신체 부위별로 만들어 조립했다고는 하나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청지는 중국에서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당나라 왕실 원림이다. 고대부터 수려한 풍경과 질 좋은 지하 온천수 때문에 역대 제왕들의 관심을 받아왔던 장소이다. 화청지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는데 진시황과 한 무제도 이곳에 행궁(行宮)을 건립했다. 특히, 당 현종 때 건설한 궁전누각이 가장 화려하며 이때 정식으로 “화청궁(華淸宮)”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그 당시의 규모는 대단해서 마술, 축구, 닭싸움 등의 오락 장소도 있었으며 해마다 겨울에는 현종이 양귀비를 이곳에 데리고 와서 온천욕을 즐겼다고 한다. 화청지 물은 피부병, 신경통 위장병 등에 좋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온통 목욕탕 천지다. 당시(唐詩) 중에는 비일비재할 정도로 중요한 소재가 되기도 했다. 입구에는 백거이의 ‘장한가’ 전문이 길게 새겨져 있다.

(중략)

回眸一笑百媚生 눈웃음 한 번에 모든 애교가 나오니

六宮粉黛無顔色 육궁에 단장한 미녀들의 안색을 가렸다오.

春寒賜浴華淸池 꽃샘추위에도 화청지에서 목욕함을 허락하여

溫泉水滑洗凝脂 매끄러운 온천물에 기름진 때를 씻으니

侍兒扶起嬌無力 시녀들 부축하여 일어나니 아름다움에 당할 힘이 없도다.

(중략)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일 장생전에

夜半無人私語時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장한가>의 마지막 부분에는 당 현종이 양귀비에게 속삭이면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말이 나온다. 만약 죽어 하늘에 있게 되면 둘이면서 날개가 하나씩인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황천(黃泉)에 떨어지면 두 뿌리지만 한 가지로 합쳐진 ‘연리지(連理枝)’가 되어, 죽어서도 헤어지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막상 양귀비가 마외파 언덕에서 죽을 때 현종은 외면했다. 사랑의 맹세는 믿을 것이 못 된다. 사랑은 변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요즘 보고 있는 홍대용의 의산문답(醫山問答)에 사람을 홀리는 것 중의 첫째는 식욕과 색욕이고, 둘째는 이권이라 했다. 요즘 이걸 경계(警戒)로 삼지 않은 사람들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어 안타깝다.

김윤경 여행가, 자서전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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