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민운동의 상징 ‘도시꽃밭·텃밭 가꾸기’
새 주민운동의 상징 ‘도시꽃밭·텃밭 가꾸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4.0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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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동(洞)단위 봄맞이 단장이 한창이다. 주로 눈에 띄는 것이 봄맞이 청소와 꽃밭·꽃동산·도시텃밭(도시농장) 가꾸기, 그리고 꽃나무 심기다. 해마다 봄철이 되면 으레 하는 연례행사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보아 넘기기 쉽지만 그게 아니다. 그 가치는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다.

마을단위 봄맞이 단장이라지만 일본에서는 대표적 시민운동(주민운동)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에 구호 적힌 띠를 두르고 현수막을 앞세운 채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 것만 시민운동이 아니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거리행진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사라지고 없는 요즘 같은 시기야말로 새로운 개념의 주민운동에 자양분 그득한 밑거름을 듬뿍 뿌려줄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울산에서도, 소소한 것 같지만 결코 소소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의 주민운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음을 본다. 대표적 본보기의 하나가 중구가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종갓집 명품음식거리 꽃밭 조성 사업’이다. 중구는 지난달 29일 우정혁신도시 내 ‘종갓집 명품음식거리’의 빈터(공한지·나대지)에서 ‘꽃밭 조성식’을 가졌다. 경기침체로 건축이 지연되면서 볼썽사납게 방치되고 있는 빈터를 꽃밭으로 가꾸어 ‘아름다운 음식거리’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이 지역 상가경기도 한껏 끌어올려 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박성민 중구청장과 구청직원, 그린리더중구협의회 관계자들은 6필지 3천200여㎡의 빈터에 봄에 꽃이 피는 금계국을 심고, 가을에 꽃이 피는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다. 이들은 또 굴삭기도 동원해 빈터에 수북이 자란 잡초와 잡목, 쓰레기를 말끔히 치웠다.

하루 앞선 28일 중구는 자연보호중구협의회와 함께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앞 동천강변에서 ‘하천변 작은 꽃밭 조성’ 행사를 가졌다. 계절별로 하천변 산책로를 따라 꽃길을 가꾸어 주민들에게 휴식처와 힐링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를 담은 이날 행사에서는 작은 꽃밭을 만들어 코스모스 씨앗을 뿌리고, 하천 주변을 말끔히 치웠다. 중구청은 지난해에도 2차례나 동천강변에 유채꽃과 코스모스 꽃밭을 가꾸었고, 다전야외물놀이장 앞 하천변에는 창포 3천 그루를 심어 물놀이장을 찾는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중구 성안동 주민센터는 지난달 30일 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손잡고 함월루 일원에서 ‘제2회 성안동 산수유 나무심기’ 행사를 가졌다. 성안동이 추진하고 있는 ‘꽃향기 가득한 성안 가꾸기 사업’은 꽃이 피는 나무를 한꺼번에 많이 심어 군락지 효과를 내면 장기적으로 지역의 브랜드화, 관광상품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울주군은 1일 범서읍 천상리 일대 도시텃밭에서 새내기 도시농부와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복 나눔 도시텃밭 개장식’을 가졌다. 도시텃밭 가꾸기에 참여하는 군민들은 범서읍 1천864㎡ 넓이의 도시텃밭을 50가구가 분양받아 농사를 짓게 된다. 개장식에는 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 담당자가 직접 나와 텃밭 가꾸기의 기초, 안전한 농기구 사용법에 대해서도 교육했다. 울주군은 서생면에서도 2천136㎡ 넓이의 도시텃밭을 50가구에 분양하는 중이다. 앞서 동구는 지난달 31일 방어동 11번지 일대의 텃밭에서 ‘도시농장 개장식’을 가졌다. 이번에 41가구가 참여한 도시농장 737㎡는 지난해 방어동 7번지 일원의 3천223㎡을 100가구에 분양한 결과 반응이 좋아서 새로 분양한 텃밭이다.

참고로, 도시꽃밭·텃밭 가꾸기와 꽃나무 심기에 나서고 있는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을 것 같다. ‘하천변 작은 꽃밭 조성 사업’이 올해 처음이라는 자연보호중구협의회 관계자는 “올봄에는 코스모스 꽃밭 조성을 시작으로 가을에는 유채꽃 씨앗을 뿌려 내년 봄에는 중구를 찾는 모든 분들이 유채꽃에 흠뻑 취할 수 있도록 회원들과 생육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스모스 꽃밭 조성을 시작으로 꾸준히 꽃밭 가꾸기에 나설 계획”이라며 작은 꽃동산 조성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풀꽃(초화류)을 주로 심었던 ‘성안옛길 가꾸기 사업’에서 힌트를 얻어 산수유나무 심기에 나섰다는 김영환 성안동장과 주재명 주민자치위원장은 “매년 봄마다 전남 구례에서 산수유 축제가 열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이 몹시 부러웠다”면서 “꽃향기 가득한 성안 가꾸기 사업을 꾸준히 펼쳐 해마다 봄꽃의 향연으로 아름답고 힐링 기운이 넘치는 동네로 가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처럼 도시 꽃밭·텃밭 가꾸기와 꽃나무 심기 운동은 많은 이들의 정서를 살찌우면서 만족감과 함께 지역의 품격마저 높여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긍정적 효과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참신하고 의욕적인 아이디어와 단체장의 어메니티(Amenity) 마인드, 그리고 사유지의 경우 땅주인들의 협조하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일본의 사례를 들 것도 없이, 도시 꽃밭·텃밭 가꾸기와 꽃나무 심기 사업이 새로운 주민운동·시민운동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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