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부활절에 바라는 소망
[목회일기]부활절에 바라는 소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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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일산 킨텍스홀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를 하면서 일반 기독교인들도 잘 모르는 ‘희년(禧年)’에 대해 이야기했다. (‘희년’이란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50년마다 돌아오는 해를 말한다.) “올해는 희년을 축복하는 자리여서 더욱 뜻 깊다” 운을 뗀 대통령은 “성경에서 희년은 죄인과 노예, 빚진 사람 모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해방과 안식의 해”라며 경계와 벽을 허무는 포용과 화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또 “130여 년 전 이 땅에 기독교가 전파된 이후 대한민국은 자유와 진리의 길을 걸어왔으며, 한국교회는 진정한 자유를 찾고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는 숭고한 여정에 참으로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그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공의를 선포하고 실천했으며, 지치고 힘든 국민들을 생명과 사랑으로 보살폈다”고 기독교를 칭송했다.

대통령은 특히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의 성장에는 여성들의 기도와 눈물이 녹아 있었다. 가장 약하고 낮은 곳으로 향했던 이분들의 사랑이 기독교정신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했다”며 기독교 여성들의 헌신과 봉사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본보기로 신사참배 거부로 온갖 고초를 겪고 쇠약한 몸으로 1946년 9월 마산에 인애원을 세워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데 평생을 바친 조수옥 전도사, 문맹퇴치에 앞장서면서 1950년 순교하기까지 전남 신안군 곳곳에서 생명을 다해 이웃을 사랑한 문준경 전도사 이야기를 떠올렸다.

대통령은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근대교육과 근대의료가 시작되었으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배움과 치료의 기회가 열려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학교, 교회, 병원,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사회를 깨어나게 하는 힘이 되었으며, 대한민국 근대화와 민주화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또한 “오늘날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말씀과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세계 어디든지 달려갈 정도로 성장했고,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 이탈주민 지원에서도 한국교회의 역할이 크고, 묵묵히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실천해 온 성도들의 발자취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필자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전직 대통령들보다 더 기독교인다운 대통령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기독교 신앙을 가진 대통령이 같은 내용의 연설을 했다면, 비록 기독교 행사라고 해도, 좌파 진영에서 종교편향이니 균형감각을 잃었느니 하며 비판을 쏟아냈겠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비판이 없었던 것 같다. 좌파 정치인 대부분이 기독교에 비판적이고 기독교를 폄하해온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기독교에 대해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사실 좌파 성향의 역사교과서 편찬위원들은 그동안 그들이 집필한 역사교과서에서 우리나라 개화기의 선교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며 병원을 세워 환자를 치료하고 학교를 세워 신학문을 가르치고 교회를 세워 복음을 전하며 국민들을 깨어나게 했고, 기독인들이 신앙의 힘으로 목숨 걸고 독립운동에 참여해 독립을 이끌면서 나라 발전에 기여한 역사를 사실대로 기술하지 않는 경향이 많았다. 기독교 전문가가 연설문을 작성했겠지만, 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연설한 내용을 그대로 이해하고 그런 역사의식을 가지고 국정을 이끌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

그동안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두 명이나 구속될 정도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문제가 많다며 권력구조에 대한 개헌의 필요성을 말해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인데도 국회에서 시간만 끈다는 이유로 먼저 개헌안을 발의했고, 야당에서는 사회주의로 가는 개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개헌안의 내용도 잘 모르는 상태여서 어리둥절하고 걱정스럽기만 하다. 또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1천550조 원이고, 그 대부분이 군인연금·공무원연금 충당으로 인한 부채라는데도 일자리 문제를 공무원을 늘려 해결하겠다고 하니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서 빚더미에 올라앉을 국민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만큼 귀족노조 개혁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 개혁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진정 나라의 미래를 위한다면 문 대통령에게 개헌보다 더 급한 것이 귀족노조 개혁과 군인연금·공무연금 개혁이 아닌가 싶다.

며칠 있으면 예수께서 인류의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했다가 사망권세를 이기고 무덤에서 부활하신 부활절을 맞이하게 된다. 예수그리스도는 인종과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차별 없이 모든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한 알의 밀알로 죽임을 당하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인류의 죄를 용서하시고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다. 부활절을 맞으면서, 대통령을 위시한 각계의 지도자들이 좌파니 우파니 하는 정치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알바생 월급을 고민하는 영세자영업자들과 자녀 교육비를 걱정하고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국민들을 위해 한 알의 밀알로 희생하는 지도자들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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