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산책]나다운 모습이 행복한 사람으로
[대학가산책]나다운 모습이 행복한 사람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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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기간의 대학교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학생들 때문에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지만, 새 학기가 되면 1학년 신입생을 비롯해 학생들이 많아져서 신선한 활기를 되찾는다. 필자는 학기가 시작되면 조용했던 방학이 기다려지고, 막상 방학이 되면 학생들과 수업하는 그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도대체 왜 지금의 내가 아닌, 다가올 시간의 모습만 떠올리고 싶은 것일까? 필자의 성격 때문일까?

필자의 성격은 극히 내성적이지만 주위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외향적이고 사람들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완전 반대이다. 옷가게에 가면 점원이 다가와서 말 붙이는 것이 부담스럽다. 매장에서 골라 입어본 옷이 마음에 안 들어도 “내 스타일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못해 사버리는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 집에서 혼자 인터넷쇼핑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항상 설렘보다 긴장감이 먼저 다가온다. 아마도 수업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내성적인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애써 태연한 척하는 데 걸리는 로딩시간 때문일 것이다.

새 학기 첫 수업에 긴장하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가르치는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더욱 마음을 굳게 먹고 학생들을 만난다. 한 학기 동안 어디 한 곳이 빠진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밝게 웃으려 노력하면서 타고난 성향을 숨겨본다. 그 노력의 결실은 학기가 끝난 뒤 수업평가 의견란에 나타난다. “늘 밝게 웃는 교수님 수업에 기분이 좋았다”와 같은 문장 속에서 말이다. 그런 평가를 보면 한편으로 감사하면서도 원래의 모습을 가리느라 고생한 나에게 애잔한 마음이 들곤 한다.

이렇게 내향적인 모습을 숨기고 살아온 것은 굉장히 어릴 때부터이다. 자연스럽게, 나답게 사는 것은 왜 안 된다고 여기었을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했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정도이다. 왜냐하면 나답지 못한 모습 때문에 지금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온 필자의 인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나답게 살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이면서 살지 못했을까? 되돌아 생각해보면 중학교 때 선생님께서 “웃는 모습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라고 말해주신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떤 힘을 들이지 않고 그저 미소만으로 타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내 삶에 변화를 주었고, 점차 변질되어 타인이 바라보는 나로 살아가게 했다. 그래서 항상 마음을 졸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일과 후 집에 오면 언제나 몸 전체가 쑤시고 아프다. 밖에서 늘 초조함으로 근육을 이완시키지 못하고 수축시켰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선생님의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긴장감이 없는 나대로의 삶에 만족하고 살았을까? 스트레스 없는 삶 속에서 행복했을까?

스트레스에는 약간의 긴장감으로 기분 좋은 행복감을 느끼는, 즉 약이 되는 긍정적 스트레스(eustress)와 본인의 능력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어 오래되면 신체에 독이 되는 부정적 스트레스(distress)가 있다. 그런 이론에서 보면, “웃는 당신의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은 행복감을 느끼므로, 없는 모습을 꾸며내며 받는 긴장감은 내 몸에 약이 되는 긍정적 스트레스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의 경우이다. 필자는 긍정적인 것도 거듭되고 만성화되면 부정적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애초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가공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풀어내는 방법을 하나씩 갖고 있다면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도 조금씩 내려놓고 본연의 나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타인에게 정중하게 거절하기 시작하누 그런 노력의 하나이다. 물론 그 순간은 식은땀이 나지만 그 뒤에 오는 근육긴장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내 삶의 변화이다.

더불어 새로운 행동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많이 변화하는 추세이지만 옛날에는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여자는 인형 남자는 로봇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제는 ‘이래야만 한다’가 아니라 ‘나답게 살자’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아무렇게나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며 멋대로 살아가란 의미가 아닌, 제각각 다른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여자답지 못하게, 남자답지 못하게’라며 타인을 재단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은 타인의 시선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본인의 눈 속에 행복한 자신의 얼굴을 담으면서 ‘나답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소은 울산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울주군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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