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을 펼치는 초년병의 바람
‘인생2막’을 펼치는 초년병의 바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8 1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십이 되던 해에 50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고자 인터넷을 검색하는 중에 축구에 비유된 것을 본 적이 있다. 25세까지는 연습기간, 50세까지는 전반전, 75세까지가 후반전, 그리고 100세까지는 연장전에 비유했다. 50세는 후반전 승부를 위해 전반전을 평가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연장까지 뛰지 않고 후반에 승부를 내기 위해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고자 손목시계를 새로 장만했다.

지난해 11월 말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핑계로 4년여 남은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인생 후반전은 울산에서”라는 결심을 해 놓았기에 울산으로 내려오는 마음은 흥겨웠다. 무거동에서 법원길로 오다보면 공업탑을 보기 전까지는 울산이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공장만을 상상했던 초행자를 의아하게 만들 정도로 아늑하고 포근한 전경들이 펼쳐진다. 작년 중순까지 울산세관장으로 근무한지라 익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무거동 고가도로를 지나 시내로 들어오는 초입길은 그날따라 더욱 더 정겹게 느껴졌다. 울산은 단 2년여 생활만으로도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도시다.

울산에는 풋풋한 인정이 곳곳에 남아있고 객지에 내려온 울총(울산총각)들도 서로가 의지하며 깊게 사귈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하다. 태화강 물줄기를 따라 강변을 거닐고, 얼음골 주변 산들은 물론이고 남산을 축으로 하는 대공원 주변의 산책로는 한 주간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주는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 곳곳에 재래시장의 멋이 그대로 살아있고 야시장은 시골 같은 정겨움이 느껴진다. 우-리-산 울산에서 울지 않고 그동안 받은 신세를 제대로 갚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모든 분들이 그간의 시련을 훌훌 떨쳐버려야 울산에서 인생 후반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병도 안심이 될 터이다.

필자가 근무한 울산세관 직원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울산에서 근무하면서 지역 기업들의 수출입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퇴직 후 관세사라는 전문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기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타 지역에 비해 울산은 관세사의 영업활동이 쉬운 편이다. 울산 기업들 중 일부는 통관업무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관세사가 통관업무를 대행한다. 울산에 관세사사무소가 20여 개 있는데 절반은 서울에 본사가 있는 지사법인이고 나머지는 개인 또는 합동관세사 사무소다. 필자는 인생 후반전을 보내기 위해 기존의 개인관세사 한 곳과 합동관세사 한 곳을 합쳐서 울산에 본사를 둔 ‘관세법인 대원’을 설립했다.

21세기는 기술혁명인 4차 산업혁명과 동시에 고령화혁명인 휴먼혁명도 시작된다. 휴먼혁명을 통해 100세에 이어 120세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2011년을 정점으로 울산경제는 심하게 침체되어 있다. 관세수입도 덩달아 반토막이다.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열심히 지원하고 기업은 그들에게 현직에서 경험한 지식을 토대로 인생 후반에 통관대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면 지역경제 발전에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다.

돌멩이 두 개만 있어도 개울을 건널 수 있지만 돌다리를 놓으면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편하게 건널 수 있다. 개울도 건너고 나아가 강도 바다도 건너는 길을 만들어주고자 울산을 다시 찾아왔다. ‘세월 따라 걸어온 길 멀지는 않았어도, 돌아보니 자욱마다 사연도 많았다오. 진달래꽃 피던 길에 첫사랑 불태웠고, 지난여름 그 사랑에 궂은 비 내렸다. 종달새 노래 따라 한세월 흘러가고 뭉게구름 쳐다보며 한 시절 보냈다오. 잃어버린 지난 세월 그래도 후회는 없다. 겨울로 간 저 길에는 흰 눈이 내리겠지.’ 명예퇴임식에서 꼭 부르고 싶었던 노래다. 후회 없이 울산에서 ‘인생2막’을 연다.

김영균 관세법인 대원 대표관세사, 前 울산세관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