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의 ‘힘센’ 정치
대통령비서실의 ‘힘센’ 정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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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남북정상회담 및 정부의 헌법개헌안과 관련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 국 민정수석 등 비서실 인사들이 꾸준히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3월 16일 출범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부통령급’ ‘국무총리급’ 비서실장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또 논란중인 헌법개헌안은 민정수석실에서 주도하고 조 국 수석이 TV 카메라 앞에서 사흘간 홍보했다.

청와대 조직도는 크게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실로 분류된다. 대통령비서실은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기관으로 장관급인 대통령비서실장과 차관급인 8명의 수석비서관이 있다.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을 보좌해 정상적으로 올바른 국정이 처리되도록 조율하는 업무가 기본이다. 1960년 대통령비서실로 설립된 뒤 2008년 대통령실로 개편되었다가 2013년 지금의 대통령비서실로 재편되었다.

대통령비서실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정무·민정·사회혁신·국민소통·인사·일자리·경제·사회), 비서관, 선임행정관, 행정관 등으로 구성된다. 비서실장은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대통령비서실의 사무를 처리하고, 수석비서관을 지휘하면서 분야별로 대통령을 보좌한다.

문 대통령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으로 주요부처 장관들을 선발하고 이들을 총괄하는 위원장에 임종석 실장을 임명했다. 위원회 총괄간사는 북한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부 조명균 장관이 맡았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만든 임시 조직이지만 임 실장의 위치는 대통령 비서실 최고참모의 위상을 넘어 주요부처 장관을 거느리는 모양새가 됐다.

또, 대통령 발의 개헌안을 대통령비서실이 주도하는 것이 맞는지에 관한 지적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개헌안 말고도 이번 정부에서 장관은 잘 안 보이고 힘센 비서실이 너무 부각되는 건 문제가 있다. 임 실장은 가뜩이나 현 정권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할 경우 지나친 권력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실장에게 쏠리는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모두에서 열거한 면면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조직 운영에 대한 철학도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반부터 국정현안을 다룰 때 줄곧 주무부처가 아닌 청와대비서실을 핵심에 두고 움직였다. 현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일자리 창출, 적폐 청산 등이 모두 그랬다.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한 현 정권 초기에는 청와대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지만, 지난해 11월 내각 구성이 완료된 이후에도 비서실 중심의 국정운영이 유지되는 것을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면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 우리 정치가 시끄러운 것은 선진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이미 역사적 소임을 다한 낡은 제도와 관행들을 끄집어내 시대에 맞게 새롭게 바꾸려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란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그냥 덮어두고 가자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논란을 벌이고 있다. 우리 민주주의가 그만큼 발전해가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청와대가 힘이 센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비서실은 대통령 보좌라는 비서의 직분에 충실했으면 한다. 지금은 유신시대도 5공시대도 아니다. 국회의 입법과 국정협조 없이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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