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은 찾되 밝힐 것은 투명하게 밝혀야
냉정은 찾되 밝힐 것은 투명하게 밝혀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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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청과 울산시장-자유한국당 진영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자존심을 건 기(氣)싸움이 끝내 대한민국 경찰청장의 말문까지 열게 만들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울산경찰청 사안은 표적수사나 의도적 수사는 아니지만 일종의 오해에서 비롯된 면이 있다”며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가 정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청장은 “수사는 수사대로”라면서도 “그래도 냉정을 찾아야”라는 말로 확전을 피하려는 속내도 같이 드러냈다. 그의 이 말은, 정치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점에 이번 사태가 자칫 경찰에 불리한 쪽으로 급변할지 모른다는 정치적 셈법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최근 ‘영장청구권 경찰 부여’ 당론을 뒤집을 수도 있다며 압박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이날 열린 것은 또 있었다. 이번에는 박기성 시장비서실장이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겨냥해 포문 성격의 말문을 열었다. 박 실장은 26일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울산경찰청이 울산시청·비서실을 압수수색한 일과 관련, “도대체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다그쳤다. 그는 또 아파트 건설현장소장이 경찰조사에서 ‘피해 입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없는, 울산경찰청의 직권남용 사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피해자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황 청장과 수사팀을 코너로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라고 밝혔다.

일련의 전개과정을 보면 이번 사태는 한국당과 민주당, 울산시장과 울산경찰총장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는 느낌이 짙다. 국민들은, 이대로 가면 불필요한 소모전만 되풀이될지 모른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지금 이 시점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이철성 경찰청장의 말처럼 ‘냉정’을 되찾는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밝힐 것은 거짓 없이 투명하게 밝히는 일이다.

울산경찰청이 ‘수사 중’이란 이유로 답변을 꺼리는 태도는 그래서 온당치 못하다. 정 그럴 거라면 A자치단체장의 채용비리 의혹, B자치단체장의 정치자금법위반 의혹 사건의 수사 착수 설은 섣불리 흘리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면 말고’식 태도는 국민적 의구심을 더 키울 수 있으므로 수사의 대강은 밝힐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다른 아파트 건설현장의 비리 의혹으로 경찰이 소재파악에 나선 울산시장 친동생 사건도 ‘거짓 없이 투명하게 밝히는’ 일이 남아있다. 동생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시장이 직접 시민들 앞에 나서서 떳떳이 밝히는 것이 옳다. 그러지 못한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시민적 의구심만 더 키울 뿐이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선거 시기에,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사건을 다룰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만 정치적 악용을 막고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다. 무릇 정치인들은 자신이나 측근의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정치적 보호막 안으로 숨으려만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한 자세로, 있는 그대로, 진실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각종 유착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정치적 생명을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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