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에게 도움 주는 ‘가명조서’
범죄피해자에게 도움 주는 ‘가명조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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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운동이 대한민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힘들게나마 피해사실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피해자들이 고소장 제출을 꺼리면서 온라인에 숨어 익명으로 고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알려져 2차 피해를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현행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인적사항의 기재 생략)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 신고 등과 관련하여 조서나 그 밖의 서류(이하 “조서 등”이라고 한다)를 작성할 때 범죄 신고자나 그 친족 등이 보복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조서 등에 기재하고 범죄 신고자 등의 성명·연령·주소·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이하 “인적사항”이라 한다)은 기재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를 보면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성폭력 범죄를 신고(고소, 고발을 포함)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는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같은 법률조항을 근거로 작성하게 되는 것이 바로 “가명조서”다.

“가명조서”란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조서를 작성할 때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나 신고자가 자신의 성명, 연령, 주소, 직업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신원관리카드”라는 서류에 인적사항만 따로 작성한 조서를 말한다. 따라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담당형사만 이 조서를 열람할 수 있고, 수사에서 재판으로 이어지더라도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또는 신고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서류(진단서, 감정서 등)의 인적사항은 가리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피고인과의 분리신문, 공개법정 외 신문 등을 통해서도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보호할 수 있다.

직장이나 가정에서처럼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아는 관계에서 일어난 성폭력의 경우 가명조서를 활용하기 힘든 면이 있다. 하지만 지하철 몰카 사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모르는 관계라면 가명조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명조서에는 ‘진짜’ 인적사항이 아닌 ‘가짜’ 인적사항이 적히고, ‘신원관리카드’라는 서류에 따로 보관된다. 그러기 때문에 피의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전혀 볼 수가 없다. 또한 신고자의 신상정보가 노출되는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법적 장치로 활용할 수 있음을 알아두었으면 한다.

최근에는 경찰서마다 여성상대 폭력범죄를 전담하는 여성경찰관을 1명 이상 배치하고 사건 처리 과정에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개선·보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제는 ‘미투(#Me Too)’라는 호소에 경찰이 ‘위드유(#With You)’라고 답할 차례가 된 것 같다.

지철환 동부경찰서 서부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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