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편지]업사이클링(up-cycling)을 아시나요?
[연구원편지]업사이클링(up-cycling)을 아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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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공학을 전공한 필자는 가끔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환경 관련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용어를 처음 접한 것도 몇 년 전 폐기물 정책과 관련한 국내외 동향과 울산시 현황을 소개해 달라는 시민단체의 강의 자료를 준비하면서다.

그런데 얼마 전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글을 읽었다. 불모지라고 생각했는데 ‘벌써!’라고 생각하니 국내 시장 규모에 대한 흥미와 함께 울산시민들은 얼마나 업사이클링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필자가 생각하는 업사이클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다. 1994년 업사이클이란 용어를 처음 언급한 독일의 디자이너 리너 필츠는 업사이클링을 ‘낡은 제품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어원에서 나타나듯이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물건을 재처리해 새 제품을 만드는 리사이클(재활용)과 구별된다. 예를 들어 PET병을 원료로 의류나 인형을 생산하는 것이 리사이클이라면 버려진 자동차 가죽시트를 재사용(reuse)해 상품 가치가 높은 지갑이나 가방을 만드는 것은 업사이클링이다. 따라서 업사이클링은 폐기물의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오염이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윤리적 생산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2013년 25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시장이 2015년 100억 원까지 성장했고, 2016년 업사이클링이 세계 산업 트렌드에 선정되면서 국내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17년 국비 100억 원과 시비 400억 원을 투자해 ‘서울 새활용플라자’를 건립했고, 그 밖에 대구, 인천, 경기도, 순천, 청주, 전주 등이 업사이클링센터를 건립해 운영 중이라고 한다. 특히 서울시는 업사이클링의 우리말인 ‘새활용’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홍보함으로써 자원순환형 사회로의 전환을 실천하고 있다.

왜 이렇게 업사이클링 시장이 커지는 것일까? 단순히 업사이클링이 환경을 배려한 실천행동이기 때문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마도 여러 가지 대내외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해답을 모른다. 다만 최근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터넷 기사와 몇 권의 책을 읽고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첫째는 패션 업계가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에 가치를 둔 지속성장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1972년 스위스 UN인간환경회의(UN Conference on the Human Environment) 이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인류의 공통 화두가 되었다. 패션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즉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로 이어지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패션, 즉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라(스페인), H&M(스웨덴), 유니클로(일본) 등과 같이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맞춰 1~2주 만에 신상품을 출시하고, 3~4일 만에 상품을 교체하는 패스트 패션과 달리 공정무역, 친환경 소재, 반 소비주의를 주장하며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제품의 수명주기를 고려한 슬로우 패션에 가치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슬로우 패션의 대표 주자인 업사이클링을 지속 성장시키는 첫 번째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는 제품의 대량유통에 따른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제품생산의 지역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생산된 공산품은 전 세계로 유통된다. 당연히 막대한 물류비용을 동반한다. 그러나 제품생산의 지역화는 제품유통에 필요한 에너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지역의 폐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사이클링은 최적화된 지역화 산업인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제품생산의 지역화는 필연적으로 지역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업사이클 디자인 협회에 가입된 30개 회원사의 상당수가 사회적 기업이다. 그들은 빈곤계층, 장애인, 퇴직자, 주부 등 다양한 지역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창의적인 패션제품을 생산·판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생산구조를 가진다.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은 여전히 초기단계다. 그러나 슬로우 패션의 성장과 제품생산의 지역화 요구로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역량 있는 디자이너들이 합류해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참신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질적 성장도 기대된다.

2018년은 자원순환법이 시행된 첫 해이다. 폐기물 처분부담금 제도의 도입으로 지자체는 어떻게든 폐자원의 재활용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업사이클링을 통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건 어떨까? 슬로우 패션을 선도하고 제품생산의 지역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업사이클링이야말로 자원순환형 사회를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희종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팀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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