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어른스럽지 못한 정치언어
어른들의 어른스럽지 못한 정치언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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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큰 걱정이 하나 생겼다. 우리나라의 지저분한 선거정치판을 매사에 민감한 우리 청소년들이 지켜볼까 보아 그렇다. 6·13 지방선거를 80일 남짓 앞두고 선거정치판이 막장으로 치닫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하는 소리다. ‘막장정치’의 군불을 가장 최근에 지핀 곳이 우리 울산이었고, 그래서 몇 마디 쓴 소리를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군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그 지향점이 광역의회든 기초의회든 교육청이든, 이번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조그마한 자극에도 꿈틀거리게 되는 것은 ‘동물적 본능’ 운운할 필요도 없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사태가 이 민감한 시기에 울산에서 벌어져 후유증을 낳고 있다. 사태의 당사자들이 저명인사급이다 보니 그 파장은 전국적이고, 그 폭발성은 가히 메가톤급일 수밖에 없다.

사태의 발단은 울산시장 측근-비서실장 및 친동생-의 비리 의혹을 겨냥한 울산경찰청의 본격적인 수사에서 비롯됐다. 경찰이 시장비서실을 비롯한 5개 공간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 시장이 속한 자유한국당 쪽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당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김기현 울산시장(자유한국당)의 가상 정적이기도 한 송철호 변호사(더불어민주당)와 몇 차례 만난 것이 기획수사, 표적수사의 명백한 증거 아니냐며 역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제1야당의 역공세에는 분명 명분이 있다. 황 청장과 송 변호사의 만남이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는’ 모양새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시시비비는 시간이 가려낼 것으로 믿고 잠시 논외로 한다.

정작 본란에서 우려하는 것은 일련의 사태 전개 과정에서 고개를 내민 ‘어른스럽지 못한’ 언어들의 존재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의 입에서 나온 점잖지 못한 표현들은 끝내 전국 경찰의 반발과 황 청장의 유감 표명을 불러오고 말았다. 평소에도 현란한 화술로 자주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장 대변인은 최근의 논평에서 경찰을 가리켜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란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또 같은 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불장난’, ‘오줌 싼다’는 말을 꺼내 정치판이 코미디극장이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여야는 주말도 잊은 채 논평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누구의 말이 맞다 틀리다, 설득력이 있다 없다 하는 식으로 특정 개인이나 정당을 두둔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정치인의 품위가 의심되는 막말들로 인해 선거정치판이 혼탁·과열의 정도를 더해 가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랄 뿐이다. 특히 이 같은 선거정치판의 모양새가 한창 정서적으로 민감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정신세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거나, 혹은 일반국민들에게 정치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없을지 몹시 두려워지는 것이다. 고품격 정치는 고품격 정치언어에서 배태되는 법이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격조 높고 점잖은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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