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보장, 흔들림 없는 안보에서
평화 보장, 흔들림 없는 안보에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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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작곡가 겸 가수 윤상 씨가 오른 적이 있었다.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과 관련, 20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리는 남측 실무접촉 수석대표로 그가 내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이 뉴스는 오랜 가뭄으로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바닥에 쏟아진 단비인 듯 참으로 반갑게 다가왔다.

남북 화해 무드에 맞물려 한반도 주변 정세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 특사단이 1박2일 일정으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만나고 왔다. 이후, 대통령 특사는 미국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했고, 중국·일본·러시아와도 긴밀하게 협의했다. 그 결과 4월 말에는 남북정상회담이,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전망이다.

필자는 우리 정부가 거둔 소중한 성과에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화의 마중물 역할을 주도적으로 잘 수행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주변국과 소통하면서 비핵화에 동참하고 세계평화에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그러면서도 이 시점에 주목하고 싶은 것이 있다. 2016년 말,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발간한 ‘2017년 북한 및 안보정세 전망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김정은 정권이 ‘미·북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등 ‘위장 평화공세’를 펼칠 것이며, 미·북 대화가 여의치 않으면 충격요법식 대남도발도 병행하는 ‘화전 양면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에게 배신과 실망, 상처를 너무도 많이 안겨주지 않았던가? 따라서, 최근의 대화국면을 차분하고 내실 있게 이어가되, 안보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할 것이다. 국내 한 전문가는 최근의 북한 모습에서는 진정한 대화 의지를 읽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제적 제재를 완화하고, 미국의 군사공격 위험을 줄이고, 핵무력 확보 시간을 마련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위장전술로 보인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개연성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와 미국 국방부가 협의한 향후 한미연합훈련 일정에 의하면 훈련 축소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B-1, B-52 등 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과 같은 미국의 전략자산들도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필자는 한미연합훈련이 외교적 사안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한미연합훈련에 직접 참가해본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번 훈련은 유사시 양국의 연합작전에 대비해 소통·교류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미국에서는 전역한 예비군까지 동원해 이 훈련에 참가한다. 필자는 10여 년 전, 한미연합지휘소에 배치돼 주어진 임무를 꼼꼼하게 완수하던 어느 예비역 대령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국가 안보와 치안을 담당하는 군과 경찰은 변화하는 외교의 훈풍에도 흔들림 없이, 지금처럼 묵묵하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

김기환 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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