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판 ‘삼국지(三國志)’ 시대
21세기 판 ‘삼국지(三國志)’ 시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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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三國志)는 중국의 위(魏)·촉(蜀)·오(吳) 3국의 정사(正史)를 다룬 책으로 진(晉)나라의 학자 진수(陳壽:233∼29 7)가 편찬한 것이다. 이는 사기(史記), 한서(漢書) 및 후한서(後漢書)와 함께 중국 전사사(前四史)로 불린다지만 후세의 사가(史家)들로부터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찬술한 내용은 매우 근엄하고 간결하여 정사 중의 명저(名著)라 일컬어진다.

21세기 판 동아시아의 영토 전쟁이 시작됐다. 동아시아의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러시아의 영토 분쟁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며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앞 다퉈 장기집권 시대를 활짝 열었다. 21세기 판 ‘삼국지’(三國志) 시대가 재현된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17일 국가주석 3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고, 당·정·군을 완전히 장악해 ‘시 황제’ 시대를 예고했고, 이에 질세라 푸틴도 18일 임기 6년의 대통령에 다시 당선됨으로써 ‘24년 집권’의 길을 열어 ‘21세기의 차르’로 등장했다. 시 주석은 ‘중국몽’을, 푸틴 대통령은 ‘강력한 러시아 재건’을 내세우며 글로벌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자국의 영달(榮達)을 위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걱정이다.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트럼프가 스트롱맨들과 한판 대결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21세기 역사의 판도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최대 토픽 중의 하나는 미국, 중국, 러시아 3대 강대국의 재등장과 경쟁이다.

냉전체제 종식과 옛 소련의 붕괴로 인한 탈냉전 시대에 미국이 국제사회의 유일 초강대국으로 우뚝 섰었다. 세계는 이때 잠시 공휴일을 즐겼다. 이제 그 휴일은 지나갔다. 중국과 러시아가 민주국가가 될지 모른다는 1990년대의 막연한 기대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옛 소련이 붕괴한 지 30년 만에 스트롱맨의 연쇄 등장으로 강대국 간 패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20일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한 독재체제를 구축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때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은 세계의 경찰국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그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경제를 혼돈 속에 몰아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으로는 ‘힘을 통한 평화’를 외치고 있다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센 도전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역 패권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맹주 자리를 꿰차려고 한다.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강화 조처를 잇달아 취하고 있고, 러시아는 옛 동구권의 실지 회복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이들과의 정면충돌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방비 증액, 핵무기 현대화, 미사일 방어망 확대 등을 통해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군사력의 우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비교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지역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면 결국 미국과 충돌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도 21세기 판 ‘삼국지’ 시대에 대응하는 자구책이 필요하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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