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강조한 교육감권한대행의 쓴소리
‘원칙’ 강조한 교육감권한대행의 쓴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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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부드럽게 대처하면서도 ‘원칙’을 중시하는 류혜숙 울산시교육감 권한대행이 모처럼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일부 학부모와 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를 향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류 권한대행은 통학로 문제로 아이들의 등교까지 가로막은 문수초등학교 학부모와 ‘울산외국어고 청소노동자 해고 철회 투쟁’에 뛰어든 학비노조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류혜숙 권한대행의 쓴 소리는 19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간부들의 원탁회의인 월요정책회의 석상에서 나왔다. 류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원칙 없는 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 존중할 것은 존중하되 법적 절차를 따라야할 것은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촛불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시민의식이 높아졌다. 똑똑해진 시민들과는 연대하고 협업해 나가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표현까지 구사했다.

류 권한대행이 언성을 높인 배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을 마친 학비노조가 사전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막무가내 식으로’ 면담을 요청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청소노동자 해고’를 자신의 일처럼 안타깝게 여기고 ‘동지애’를 발휘하려 한 심정에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교육수장에 대한 면담 요청을 절차에 따라 순리대로 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오죽했으면 류 권한대행이 “진보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에서도 노조가 이러지는 않는다”는 비판까지 했겠는가.

대한민국은 법(法)과 원칙(原則)이 살아있는 엄연한 법치(法治)국가다. 너무 법과 원칙만 내세우는 것도 볼썽사납게 비쳐질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법과 원칙을 내팽개치듯 외면하는 것은 올바른 민주시민의 태도가 아니다. 그리고 억하심정에서 내놓은 대안이었겠지만, 통학로 문제로 아이들의 등교까지 거부한 학부모 다수의 집단행동 역시 바람직한 태도는 못 된다. 촛불시민혁명이 엊그제 같은 이 시점에 아직도 우격다짐이 우세하던 ‘옛날식 향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분노가 치미는 일일수록 대화로, 그것도 순리대로 푸는 것이 선진시민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문수초등 학부모들도, 학비노조도, 노조 전임과 휴직 인정을 요구하는 전교조도 이 같은 원칙과 법을 제대로 지켜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다만 류 권한대행으로서도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 있을 것이다. 간부회의 석상의 발언 가운데, 잘못 전해졌을 수도 있지만, ‘똑똑해진 시민’ 운운하는 식의 일부 발언은 듣기 언짢아하는 시민도 있을 수 있으므로 좀 더 세련된 용어를 구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듣기에 따라 불편한 심기의 반영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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