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소·사군탄·해연의 조류조사
낙안소·사군탄·해연의 조류조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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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백리에는 남천, 반천, 큰거랑, 구소, 백용담 등 다양한 지명이 흩어져 있다. 낙안소(落雁沼)·사군탄(使君灘)·해연(蟹淵) 3곳도 그중 하나다. 이들 3곳은 백천(栢川)을 지나면서 척과천, 무거천, 명정천 등의 지류와 합수되어 오산(鰲山)에 도달한다. 지명에서 ‘소(沼)’와 ‘연(淵)’은 대체로 수면이 넓고 깊은 곳을 표현할 때 쓰는 한자어로 ‘담(潭)’도 그와 같다. ‘탄(灘)’은 여울을 강조할 때 쓴다. 앞서 언급한 3곳은 수면이 넓고 잔잔하며 하중도(河中島)가 두루 발달하여 겨울이면 물닭, 가마우지, 붉은부리갈매기 등 다양한 물새가 많이 관찰되는 곳이다.

낙안소는 ‘물웅덩이에 내려앉는 기러기’를 표현한 한자어다. 비슷한 표현으로 강가의 모래밭 즉 사정(沙汀)에 내려앉는 기러기는 평사낙안(平沙落雁), 갈대밭을 배경으로 내려앉는 기러기는 노안(蘆雁)으로 표현한다. ‘나가소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사군탄은 자갈이 물 밖으로 드러난 곳으로 여울이 형성된 사군(砂群) 지역이다. 물의 흐름이 빠르고 용존산소량이 증가하여 수생 동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낭군을 모신다는 사군(使君)과 동음이다. 해연은 게가 많아 잡히는 곳이다. 물이 잔잔하고 갈대가 우거진 곳이다. 동남참게의 서식지인 셈이다. 현재에도 갈대밭으로 기어 다니는 참게를 관찰할 수 있다.

낙안소는 ‘기러기는 물을 찾는다’는 의미인 안수해(雁隨海)와 연관성이 있다. 기러기는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 신의, 예의, 절개, 지혜를 상징하는 날짐승으로 기록되고 있다. 추우면 남으로 오고 더우면 북으로 간다 하여 신(信), 날아갈 때 차례가 있고 앞뒤로 화답한다 하여 예(禮), 짝이 죽어도 다시 짝을 구하지 않는다 하여 절개(節槪), 밤에는 보초를 서고 낮에는 갈대를 문다 하여 함(銜), 생명을 연장한다 하여 지혜(智慧) 등 다섯 가지를 지닌 새로 여겼다. 기러기는 일부일처 결혼의 전안례(奠雁禮)와 질서 있는 걸음걸이인 안행(雁行)의 주인공으로 신금(信禽)·양조(陽鳥)·삭금(朔禽) 등으로도 부른다.

사군탄의 ‘탄(灘)’은 여울을 의미하는 한자어다. 민요 <청춘가>에 ‘여울에 바둑돌 부대껴 희고요…’라는 가사에서 여울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김소월의 시 ‘개여울’에서 차용한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라는 노랫말에서도 여울을 마음속에 그려 볼 수 있다. 여울은 물살이 세찬 된여울, 물살이 세고 빠른 살여울, 물 흐르는 폭이 좁고 작은 개여울로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 여울목은 물의 흐름이 세차고 빠른 곳으로 황어·은어·연어 등 회귀성 어류의 산란장이 되기도 한다. 여울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

해연은 ‘구멍 찾는 게’를 의미하는 해수혈(蟹隨穴)과 연관성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그 외곬이 강하고, 빗겨 다니므로 횡행개사(橫行介士)라 한다. 속살이 보드랍고 빈 까닭에 무장공자(無腸公子)라 한다. 알을 다 낳은 다음에는 스스로 말라 죽는다.”고 했다.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다. “갓 지은 흰 쌀밥에 게장 한 마리 척 올려놓으면 정승이 부럽지 않다”던 팔십 노인의 간장게장 맛 자랑은 괜한 허풍이 아닐 성싶다. 장가갈 때가 된 수컷은 껍질이 황어의 혼인색처럼 붉어진다. 유달리 큰 앞집게를 이따금씩 허공으로 내저으면 숨어서 수줍게 눈치를 보던 낭자게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멈출 수 없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과 2월까지 모두 3개월 동안 매주 3회(월·수·금, 오전 08:30 ∼09:30)씩 총 36회에 걸쳐 조류 조사를 실시했다. 그 자료를 분석해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조사 횟수는 12월 11회, 1월 14회, 2월 12회를 합쳐 모두 37회였다. 종류별 마릿수는 12월 37종 2천913마리, 1월 44종 4천821마리, 2월 42종 3천454마리 등 총 51종 1만1천188마리였다. 12월의 우점종(優占種)은 흰뺨검둥오리 507마리(17.4%), 물닭 491마리(16.9%), 쇠오리 360마리(12.4%)로 나타났다. 1월의 우점종은 물닭 746마리(15.5%), 흰뺨검둥오리 553마리(11.5%), 쇠오리 471마리(9.8%) 로 나타났다. 2월의 우점종은 쇠오리 625마리(18.0%), 물닭 401마리(11.6%), 흰빰검둥오리 303마리(8.7%)로 집계됐다. 우점종 물닭을 비롯한 수조류(水鳥類)는 24종 6천77마리, 우점종 까치를 비롯한 육조류(陸鳥類)는 27종 총 5천111마리로 집계됐다. 그 외 겨울철에 쉽게 관찰되지 않는 칡때까치 한 쌍도 발견됐다.

자연의 사계를 담고 있는 태화강은 기러기와 황어·은어·연어를 돌아오게 하는 조류의 친정이다. 태화강은 물에 떠내려간 처녀의 이야기를 전하는가 하면 동남참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태화강은 해와 달 그리고 무수한 별을 품으면서 어제처럼 억겁을 흘러가고 있다. 지난겨울은 낙안소·사군탄·해연의 자연생태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 주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 준 보람의 한 철이었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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