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노사 임금타결, 노사교섭 본보기 기대
SK 노사 임금타결, 노사교섭 본보기 기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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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봄에 전해지는 노사 소식은 먹구름 그 자체다. 매년 봄이 되면 노동계가 임금 또는 단체협상을 앞두고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언론은 노동계 춘투를 두고 ‘험로’ 예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겨우내 앙상하던 나무 가지에 새싹을 틔우기 위한 마중물처럼 봄비가 내리던 지난주 목요일 예상 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노사간 임금협상을 끝내고 조인식을 가졌다는 소식이었다. 다른 기업체는 아직 노사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지역 대기업의 노사협상이 시작되면 여름 휴가 전에 타결을 하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파업을 동반하는 것을 경험 한 터라 이번 임금협상 조인식 소식은 좀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중공업의 2016년과 2017년 임단협상이 올해 설 직전에 타결되고, 현대자동차의 2017년 의 임·단협상 타결 역시 해를 넘긴 지난 1월 마무리됐다.

두 기업의 노사협상이 해를 넘기는 과정에서 수 차례 파업이 동반되면서 불황으로 위축된 경기에 더해 지역 경제가 더욱 어려워 지면서 시민들이 힘들어했던 기억을 떠올라 더욱 그렇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한 1.9%로 적용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1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90.34%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노사는 지난 15일 조인식을 갖고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3일 상견례를 가진 지 일주일만인 이달 2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낸 결과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국내 대기업 처음으로 임금인상률을 물가지수에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이번 결과는 지난해 합의를 이행한 것이지만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조합원들이 보여준 찬성률이 역대 최고라는 것에 조합원들이 대표단에게 보내는 신뢰도가 놀랍다.

매년 임금인상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시킨다고 해도 관련 법규 및 회사 단체협약에 따라 주기적인 임금교섭은 불가피하다.

그간 임금 협상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일 년 이상 걸리는 소모적 협상과정을 거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상견례 이후 일주일 만에 가진 첫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노사간 소모전을 없애고 회사의 미래지향적 노사문화가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교섭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갈등과 투쟁 일변도의 노사 문화가 사회와의 상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임금 물가연동제는 관행처럼 여겨졌던 임금협상의 소모적인 협상 행태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기업 노조의 경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임금협상을 벌이는 것이 예사다. 이 과정에서 파업이라도 하게되면 노사가 떠안는 부담도 엄청나다.

파업이 이어지면 기업은 생산차질에 따른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노조는 지역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임금협상 방식은 노사가 신뢰에 바탕을 뒀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머리를 맞대면 갈등이 줄어들지 않겠나.

임금협상은 사업장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만큼 소비자물가지수를 연동시킨 SK이노베이션의 협상 방안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대다수 노사가 잘 알고 있다.

울산지역의 기업체 노사들도 빠르면 다음달부터 노사협상을 시작한다. 이번 SK이노베이션 노사가 보여준 신뢰가 울산지역 기업 노사협상에 좋은 본보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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