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미래 누가 장담할 수 있나
현대차의 미래 누가 장담할 수 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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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2012년 최고 실적을 거둔 이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는 현대차는 올해도 해외 판매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이로 인한 세계 무역전쟁의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난감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현대차의 가장 큰 고민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다. 중국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베이징현대의 지난달 판매는 3만5천595대로 지난해 2월에 비교해 판매량이 45%가량 떨어져 실적이 반 토막 났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과의 해빙 무드 이후 판매 회복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력시장인 미국시장 상황도 쉽지 않다. 현대차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68만5천555대로 전년보다 11.5% 감소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1월과 2월 판매량이 각각 11%, 13% 감소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피해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알루미늄의 25%의 고율의 관세를 예고함에 따라 현대차의 미국공장으로 납품되는 현대제철의 냉연강판에도 관세 폭탄을 맞아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유럽과 중국 등이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준비하고 있는 등 세계적인 무역전쟁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직원들의 안일한 인식은 더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현대차 근로자들 사이에서 “현대차가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하는데 정부가 과연 그대로 두겠느냐?”,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임금협상을 위한 회사의 전략일 뿐”, “회사의 위기이지 나의 위기는 아니다”라는 말도 쉽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이 더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근로자들의 위상이 얼마가 갈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자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전기차, 자율주행차, 카 쉐어링 등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변화 속에 자동차산업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러한 파고 속에서 정신 차리고 잘 살아남아야 겨우 10년을 버텨낼 수 있다. 게다가 그 이후 찾아 올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더 큰 파고를 몰고 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세계를 호령했던 세계 최고의 기업들도 불과 1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사례는 수 없이 목도할 수 있다. 하물며 생산성, 노동유연성, 노사관계 경쟁력 어느 하나 자랑할 게 없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누가 과연 현대차가 미래 생존을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유럽시장에 판매하는 소형차, 소형SUV를 생산하는 체코공장은 2008년 이후 10년간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으며 생산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체코공장의 차량 1대당 평균 생산시간(HPV)는 13.8시간으로 울산공장의 27.5시간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매년 실시하는 임금협상도 1~2개월 만에 원만한 타결을 이뤄낸다. 특히 지난해에는 노사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단체협상 주기를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데 합의하는 대타협을 마련하기도 했다. 결국 생산, 품질, 노사 경쟁력이 체코의 소도시 노소비체에서 살고 있는 3천200명의 일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 결정 이후 국내 차 산업은 본격적인 시험대를 맞이하고 있다. 현대차의 운명도 현재의 위기를 맞이하는 노사의 태도와 결단에 달려 있다. 현대차 50년, 현대차 노조의 30년 역사가 앞으로도 계속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먼 곳을 보고 달려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임금, 복지 향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기업 생존과 일자리를 먼저 생각하는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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