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아이들과 함께
3월의 아이들과 함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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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일반기업체나 관공서와 달리 학사운영기간 1년을 ‘OO학년도’라고 부른다. 일반사회의 2018년 새해는 첫날인 1월 1일부터 이미 시작되었지만 학교에서의 1월과 2월은 ‘2017학년도’일 뿐, ‘2018학년도’는 3월 1일부터 시작된다. 물론 3월 1일이 국경일이라 첫날부터 ‘경건하게’ 하루를 쉬고 시작하지만 말이다.

이번 2018학년도 신학기는 흥미롭게도 24절기 중의 하나인 ‘정월대보름’을 두 번이나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이 처음 등교하여 새 학년으로 진급하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입학식을 가진 3월 2일이 음력으로는 ‘정월대보름’이었고, 2019년의 ‘정월대보름’(2월 19일)도 2018학년도이기 때문이다. 마치 대보름달로 시작하여 대보름달로 마무리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음력 새해의 첫 대보름달로 새 학기를 시작하고, 다음해에도 또 다시 정월의 대보름달로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것이 무척이나 뜻 깊고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3월에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 알콩달콩 부대끼다 보니 느끼는 감정이 더 새로운 탓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는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지냈지만 올해는 고학년 아이들과 지내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마치 몸에 꽉 맞는 옷을 입고 지내다가 갑자기 헐렁한 큰 옷으로 갈아입고 지내는 듯한 묘한 기분마저 든다. 아이들이야 어떻든 교사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아이들의 눈높이와 생각에 시선을 맞추고 함께 생활하는 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헤아려줄 텐데 하는 생각이 앞선다. 3월 한 주는 1년 동안 함께 보낼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활동에 오롯이 집중했다. 아이들의 꿈과 마음씀씀이도 살펴보아야 하고, 건강상태와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여부며 장래의 희망이나 진로에 대해서도 살펴보면서 서로의 벽을 털어버리는 게임 활동까지 함께 하다보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리게 된다. 이러다 봄날의 나른함까지 몰려들면 ‘아이고’ 하는 한숨과 함께 체력이 감당을 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번 주에는 그동안 기초자료로 살펴본 아이들의 모습과 부모님들이 바라는 모습들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직접 전화를 건넬 생각이다. 매년 학부모들에게 일 년에 몇 차례씩 전화통화를 하다보면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지게 됨을 교직경험상 저절로 터득하게 되었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학부모들께 보내는 편지’에 뒤이어 전화 상담을 하고 나면 아이들에게 좀 더 살뜰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에 친구들과 갈등이 있었다는 △△이에게도, 친구들과 활발하게 어울리지 못했다는 □□이에게도 나름의 계획을 세워 조심스럽게 접근하다 보면 내년 2월 헤어지는 순간에는 웃으며 이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런 고민과 활동이 3월의 교사에게는 큰 힘이 되고 에너지가 된다.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배가 부르는 듯한 기분이다. 온라인을 통해 만나고 있는 울산과 전국의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의 활발한 모습을 접하게 되는 것 또한 내게는 큰 활력소가 된다. 연구실에서 만나는 동료 교사들의 열정적인 모습들 볼 때마다 새로운 힘을 갖게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나도 모르게 절로 봄노래를 흥얼거렸다. “봄 처녀 제 오시네~~새 풀옷을 입으셨네~~” 어쩌다 보니 3월의 교사가 봄처녀처럼 ‘설레는 마음’이에 젖어들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내게는 스승의 날이 있는 5월보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3월이 더욱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다. 설렘을 전해주는 우리 아이들이 봄소식을 전하는 봄꽃만큼 예쁘고 사랑스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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