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학교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
[목회일기]학교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03.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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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과 함께 각 학교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학교 교사들의 마음은 이른 봄에 피어나는 수선화처럼 그렇게 화사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교실에서 학생에 의해 때로는 학부모에 의해 교권이 침해당하고 인권마저 짓밟히는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울 A고등학교의 김 모(37) 교사는 작년 기말고사 기간에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당시 주관식 서술형 시험을 본 한 학생이 “모르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학교가 나한테 스트레스를 준다”며 자신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교육청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감사가 나오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김 교사는 “당시 학부모까지 학교에 찾아와 선생들이 딸에게 스트레스를 줬다며 항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의 교권이 침해당한 사건이지만 학교 측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며 “학교에 학생의 인권은 있어도 교사의 인권은 없는 것 같아 새 학기에 어떤 학생을 만날지 두렵다”고도 했다.

각종 조사 결과는 교사 대다수가 교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 폭행, 성희롱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한 고등학교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떠드는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를 향해 박 모(17) 군이 욕을 하고 폭행까지 했기 때문이다. 박 군은 교사의 얼굴에 책을 집어던지고, 교탁으로 달려가 머리를 내리쳤다. 다른 학생들이 말려 급하게 마무리됐지만, 교사는 책 모서리에 맞아 인중이 2cm 정도 찢어져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다. 이후 학생에 대한 고소는 학생의 장래를 생각해서 취하되었고, 교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지난해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행위는 최근 5년(2012~2016년)간 총 2만3천476건이나 발생했다. 행위별로는 학생의 폭언·욕설이 1만4천775건(62.7%)으로 가장 많았다.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학생의 교사 성희롱은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 식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교권침해 사례는 점점 늘어나는데 교원을 보호하는 장치는 너무나 미흡하다. 교권을 침해당한 교사는 전보, 병가, 휴직 등으로 받은 충격을 스스로 흡수할 뿐 교사들이 기댈 곳은 없다. 학교 내부에서는 평판을 의식해서 교사들에게 ‘참고 넘어가라’고 말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고, 실제로 교권을 침해당했을 때 학교가 피해교사를 제대로 보호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3명 중 1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인권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한쪽의 인권만 주장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한쪽 인권이 침해당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훈육을 위한 체벌도 금지되고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을 만들어 시행하는 시·도가 생기면서 교권이 더욱더 위축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교육받을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정보를 보장받을 권리, 양심과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소수자 학생의 권리 등의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학생의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동성애를 해도 차별받지 않고 학생이 임신한 상태로 학교에 와도 제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별도로 제정하지 않아도 헌법이 보장하는 내용이지만,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을 만들어 시행하다 보니 학생의 인권만 강조되고 교사들은 마치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가해자인 것처럼 인식된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무례한 행동이 늘면서 교사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의 예의 없는 말과 행동, 선생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무례한 언행을 엄격하게 다루는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교권이 무너진 학교에서 올바른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개정헌법에 ‘교권’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한다.

6·13 지방선거에서는 울산의 차세대 교육을 책임질 교육수장을 제대로 선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구청장·군수 선거에 밀려 검증되지 않은 교육감을 선출하는 일이 없도록 학생의 인권과 함께 교사의 교권도 확실히 지키는 교육감이 선출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각별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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